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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소송의 ‘원고적격’ 여부 등 몇 가지 쟁점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4-05-13 21:21:24 수정 : 2024-05-13 21: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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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 증원 방침 발표 이후 이뤄진 일련의 절차를 통해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기존보다 1500명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는 이전부터 몇차례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되었는데, 최근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1심 결정에 대해 항고심에서 정부에 의대 증원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해 1심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에 관해 몇가지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의 논의는 의대 증원을 해야 하는지나 그 과정에서 절차나 내용에 위법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것은 아님을 덧붙여둔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원고적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적격에 대해서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사람만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행정처분으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지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라 함은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위 법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일반적인 사람과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구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구별할 수 있다면 구별된 사람이나 집단에 근거 법규나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과 구별할 수 없다면 ‘민중소송’을 허용하는 것이 되고, 구별되더라도 근거나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것이어야 하므로 사실상 또는 경제적 이익의 침해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에서 직접 상대방은 의대가 설치된 대학의 총장이라고 하므로, 다른 이들은 제3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제3자에게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이 있어야 원고적격이 인정될 것이다. 위 소송에 원고로서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은 수험생과 의대생, 교수, 의사 등으로 보인다. 수험생은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람과 구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의대생과 교수는 각 의대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구별할 수 있고, 의사도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구별할 수 있다. 그럼 의대생, 교수, 의사에게 처분의 근거나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원고적격 인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의대에는 인증 제도가 있다. 고등교육법 제11조의2 제2항은 ‘의대는 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법 제60조 제1항은 위 조항을 위반하면 교육부 장관은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같은조 제2항, 같은법 시행령의 ‘학생정원 감축 등 행정처분의 세부 기준 2. 라.’에 의하면 위 인증을 받지 않으면 1차 위반 시 입학정원 100% 범위에서 모집 정지, 2차 위반 시 의대를 폐지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실제로 이전에 한 대학에서 위 인증을 받지 못했음을 이유로 1차 위반에 따른 입학정원 100% 모집 정지 처분이 내려진 바 있었다. 참고로 입학정원이 10% 이상 증가하면 의대 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주요변화계획서 제출 대상이 되고, 그 결과에서 인증 기간이나 인증 유형이 변경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인증 기한 만료에 맞추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만약 의대생과 교수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이유 중 하나로 의대 정원의 증가로 인증을 받지 못하거나 취소되고, 시정명령 등을 거쳐 의대가 폐지된다면 해당 의대의 학생과 교수의 지위에 영향이 있고 이러한 지위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처분은 의대 폐지일 것이지만, 의대 폐지 처분 단계에서 다투는 것보다 그 이전 단계에서 해당 요인에 대한 분쟁을 조기 해결할 수 있다면 이를 허용하는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의대생과 교수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다른 의대에서 보호되는 지위가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의사는 의료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인증을 받은 의대를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이어야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있다. 그렇다면 위 인증에 관해 의사에게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있을 것인가 관련된 판례로 작년에 대법원에서 확정된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인정 처분에 관한 취소 소송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외국에서 수련을 받은 이에게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을 부여한 것에 관해 국내 치과의사 전문의 등이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례이다. 여기서도 원고적격이 문제가 되었다.

 

1심에서는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았는데, 2심에서는 “의료법과 치과의사전문의 규정은 치과의사전문의가 치과의사전문의로서의 차별적이고 희소한 의료행위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익을 개별적, 구체적, 직접적으로 보호하고, 피고가 제3자에게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치과의사전문의인 원고들의 치과의사전문의로서의 위와 같은 영업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기존의 치과의사전문의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했다.

 

법원은 구체적인 이유 중 하나로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인정 처분에 가장 직접적이고 대립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는 치과의사전문의인데, 치과의사전문의마저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을 사법적으로 다투지 못한다면 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요컨대 복지부가 제3자에게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재량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더라도 이를 사법적으로도 제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법원은 앞으로도 제3자에게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을 인정하는 복지부의 처분은 계속될 것인데, 전문의 자격인정 요건을 실제로는 갖추지 못한 이가 전문의와 같은 의료행위를 하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그 위험이 현실화하는 피해가 발생하면 그 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울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하면서 위와 같은 자의적인 처분을 통제할 필요가 있고, 그 통제는 법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107조 제2항에서 위헌·위법처분심사권을 법원에,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 부여한 헌법정신이라고 판시했다. 이후 몇차례 심급을 더 거쳐 본안에서도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어 전문의 자격인정 처분이 취소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위 판례가 이번 사안에서 의사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의대 인증은 위에서 본 것처럼 의사 국가시험 응시의 요건이 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므로 의대 인증에 관한 사항이 기존 의사의 영업적 이익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대 인증은 의사 증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사를 의대 증원에 관한 처분을 다툴 수 있는 집단으로 보아 만약 위법성을 다툰다면 이를 판단해 사법적 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혼란이 석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아무쪼록 사법부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그 판단을 통해 현 상황이 수습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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