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아버지는 주말이 되면 4남매를 데리고 시골과 산이나 섬으로 떠나셨다. 항상 자연과 함께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 주셨다. 섬에 가서 일요일 오후 배편이 끊기는 바람에 월요일에 “학교 못 가면 어떡하냐?”고 울었던 기억도 난다. 여행과 사람을 좋아하신 부모님 덕분에 대학 때 중남미 여행을 떠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여행과 관련된 글을 쓰고, 일을 하고 있다. 어쩌면 삶과 여행은 이처럼 사소하지만, 소중한 추억이 우리의 삶에 원동력이 된다.
말라가도 그런 곳이다. 연중 300일 이상이 맑은 기후이고 연평균 기온이 19도로 온화하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많은 예술가를 낳았다. 좋은 기후가 예술가의 자양분이 된 도시임이 틀림없다. 말라가는 20세기 전반까지도 농업과 목축업을 주로 하던 조그만 시골 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1930년경부터 말라가와 주변 해안지역은 태양의 해변, ‘코스타 델 솔’에 포함되었다. 스페인 남동부 안달루시아주에 있는 총 160km에 달하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고 본격적인 휴양지로 뜨게 되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말까지는 코스타 델 솔이 중앙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에 힘입어 휴양지로 더욱 자리매김하게 됐다.
피카소를 낳은 곳, 말라가! 지중해를 끼고 있는 항구 도시답게 넓은 도로마다 큰 야자수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도시 곳곳에는 로마 시대와 이슬람의 유적을 찾아볼 수 있다. 말라가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유럽인들뿐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의 여름 휴가지로 사랑받는 도시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꼭 ‘한 달 살기’를 해보라고 권한다.
세계적인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는 자기 뿌리인 말라가에 대해서 늘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안달루시아의 작은 물잔에서 태어났다”라고 말이다. 13살 때 이미 미술 교사인 아버지의 실력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거장이 될 재목이 됐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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