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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
동네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후 저녁 아이가 되어 골목 어귀 쭈그려 앉아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다. 검은 나무 아래에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어 다가가 보니, 둥지에서 떨어져 날개 꺾인 작은 새가 있었다. 새는 나를 보고선 두려움에 발톱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조심스레 새를 쥐고선 박명 너머 까마득한 하늘 끝에 걸린 둥지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시작하기도 전, 새가 있는 힘껏 내 손을 쪼았다. 나는 그만 새를 떨어뜨렸고, 그 작은 새가 거무튀튀한 흙바닥에 닿기도 전에 난 눈을 질끈 감고선 집을 향해 뛰어가 이불 속에 웅크렸다. 손바닥에 뚫린 작은 구멍에서 바람 소리가, 먹구름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갗을 가진 그 소리를 손바닥 안에 쥐고선 나는 지친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이불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날 밤 내내 내 손은 문간을 왔다 갔다 하며 내 등을 두드렸다. 다음 날 아침 등굣길에 그 자리에 가보니 작은 물웅덩이에 검은 나뭇잎 하나가 동그랗게 말려 있었고, 물의 살결 위로 균형을 잃은 잿빛 불꽃 하나 반짝였다.

 

날개가 꺾여 바닥에 널브러진 작은 새를 조심스레 손에 쥐었을 때, 아이는 하나의 몸에 깃든 온기며 떨림을 고스란히 느꼈을 것이다. 선연한 생명의 감촉을. 그리고 아이는 난생처음 제 손의 무게를 깨달았을 것이다. 순간 아이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그만 쥐고 있던 것을 놓쳐버리고…… 전에 없던 긴긴밤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이처럼 강렬한 “살갗”의 기억을 갖고 있다. 숨을 쉴 때마다 가늘게 들먹이는 몸의 리듬을 알고 있다. 어느새 그 몸이 “균형을 잃고” 스러진 뒤의 정적 또한.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저녁 어른’이 되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살갗을 더 쓰다듬어야 할까. 빈손의 무게를 아파해야 할까. “잿빛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며, 우리는 다름 아닌 그 손으로 또 우리 자신을 다독여야만 한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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