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새로운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 영상에 대한 국내 접속이 차단될 것으로 알려지자 온라인 상에서 되레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11일 “‘친근한 어버이’ 영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불법 정보의 유통 금지 등)이 정한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국내 접속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은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심위가 심의를 통해 접속 차단을 의결하면 국내에서 해당 영상을 볼 수 없게 된다.
국정원은 지난해에도 평양생활 브이로그 형태의 북한 선전 유튜브 채널들에 대해 접속 차단을 요청해 방심위가 받아들인 사례가 있다.
‘친근한 어버이’는 북한이 지난달 17일 새롭게 공개한 김정은 찬양 가요다. 유튜브나 틱톡 등 동영상 기반 플랫폼들에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일종의 패러디나 챌린지 영상을 찍어 올리는 놀이 문화가 있는 틱톡에서는 이 노래가 ‘밈’처럼 화제가 됐다.
‘친근한 어버이’는 신곡으로 나온 김정은 찬양가로 일상적 전시·투쟁 모드로 ‘유격대국가’ 정체성을 가진 북한 사회 특유의 ‘엄근진(엄격, 진지, 근엄을 줄인 유행어)’ 이미지를 탈피한 노래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쾌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엄근진’의 표상이던 리춘희 아나운서나 열병식에서 한치의 흐트러짐없는 대열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군인 등 등장인물들이 흐트러진듯한 모습으로 자유롭게 활짝 웃는 모습도 연출돼 있다.
북한은 2018년 짧은 남북·북미대화 시기를 거친 뒤 2019년 관계가 급랭하면서 외부사회에 대한 동경, 개방에 대한 기대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내부 조치를 해왔다. 이미 북한 사회 내에 퍼져있는 한국 드라마, 케이팝 등 한류 문화를 일소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같은 인권침해가 심각한 법률을 동원해 주민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 주민들의 ‘새로운 감수성’을 만족시킬 선전 방식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친근한 어버이’같은 ‘신식’ 선전 노래가 나온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당국은 나름 세련된 선전곡으로 내놓았지만,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건 오히려 일종의 ‘B급 감성’이었다. 게다가 국정원이 조만간 접속 차단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영상들에는 “차단하지 말고 댓글로 조롱받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 “관심도 없는데 차단한다니 찾아봤다” “국정원 오버하지 말자, 이거 보고 주체사상에 빠질 사람 없다. 촌스러워서 웃고 간다“ “차단할 가치가 없다” “불쌍하다” “빌보드 1위를 기원한다”와 같이 예상 가능한 반응들인 동정과 비난과 혐오성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체제경쟁이 끝나고 체제격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접속이 차단된 북한 매체나 콘텐츠를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왔다. 한국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고 연구 목적 등으로의 접근 문턱을 낮추며 향후 북한에도 남한 콘텐츠에 대한 문호를 개방시키기 위한 필요성 등을 근거로 든다. 정부도 지난해 노동신문 개방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한 바 있다. 중단 이유에 대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매체 개방이 “시기상조”이며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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