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1만페소에 달하는 초고액권의 유통을 시작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공식환율로 11달러(약 1만5000원)에 해당하는 1만페소 지폐가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새 지폐는 아르헨티나에서 오랫동안 최고액권 역할을 해온 1000페소 지폐의 10배 가치다.
아르헨티나는 만성적인 경제 불안 속 신용카드 등 신용거래 대신 현금 사용이 선호되는 국가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속 물가가 폭등해 소액 구매를 위해서도 지폐가 다발포 필요한 상황이었다. 액수가 큰 상품을 구입할 때는 지폐를 배낭에 넣고 다녀야할 정도다. 이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해 2000페소 지폐를 유통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자 1년도 되지 않아 아예1만페소 지폐를 시장에 투입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새 지폐가 사용자 간 거래를 촉진하고 금융 시스템의 물류를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심각한 경제 위기로 지난 5년 동안 가치의 95퍼센트나 하락했다. 이 영향 속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3월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287퍼센트까지 치솟은 상태다.

다행히 지난해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고강도 긴축재정으로 인플레이션은 다소 진정됐다. 아르헨티나의 월간 인플레이션율은 12월에 26%에서 3월 11%까지 떨어졌다. 이에 아르헨 중앙은행은 12월 133%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5차례 인하해 50%까지 낮췄다. 다음주 발표될 4월 물가상승률은 한자릿수가 될 것이라고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인플레이션에서만 벗어 낫을 뿐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국내 채권자들에게 발행한 막대한 단기 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을 화폐 인쇄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해 말부터 1만페소보다 두배 가치가 높은 2만페소 지폐도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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