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는 지분 96% 확보 상폐 수순
비상장사 되면 공시 등 의무서 벗어나
효율화 집중… 기업 가치 제고 내세워
소액주주, 너무 낮은 공개매수가 불만
“주가 하락 유도한 것 아니냐” 의혹도
다인인베스트 “거액 자본의 탐욕” 지적
사모펀드가 상장회사 지분을 공개매수한 뒤 자진 상장폐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모펀드는 비상장 상태로 경영 효율화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앞서 지분을 취득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100% 출자법인인 한국이커머스홀딩스는 24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커넥트웨이브의 지분을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커넥트웨이브는 이커머스 업체 다나와의 운영사다. 공개매수 목표 지분은 잠재 발행주식 총수(5623만477주)의 38.90%인 2187만4333주로, 성공하면 1대 주주인 한국이커머스홀딩스와 관계사 지분은 87.60%까지 오른다.
MBK파트너스 측은 “응모율과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전부를 매수할 것”이라며 “상장폐지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넥트웨이브의 2대 주주이자 창업주인 김기록 이사회 의장도 자신이 보유한 지분(9.29%)을 전략 매각하기로 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면 최대주주가 최소 95%의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필요 지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전례를 고려하면 통상 90%대까지 취득해야 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상장폐지를 신청하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최대주주 보유 지분과 투자자 보호기준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
코스피 상장사인 생활용품기업 락앤락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어피너티는 14일까지 발행주식의 30.33% 규모인 1314만112주를 1주당 8750원에 공개매수 중이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관계자 주식 보유 총수는 99.97%까지 올라 상장폐지 조건을 채우게 된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코스피 상장사 쌍용C&E를 상대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96.21%까지 끌어올렸다. 역시 7월쯤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사모펀드들이 공개매수로 상장사 지분을 끌어올린 뒤 상장폐지에 나서는 이유는 각종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 펀드 등의 경영권 간섭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의 주주환원 압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해에만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이 사모펀드에 의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는 거시경제 변화, 미·중 갈등 등 외부 변수로 주가가 기업가치나 실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나 회사 입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공시 등 의무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가치 상승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비상장을 택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은 사모펀드의 공개매수가가 너무 낮다고 반발하고 있다. 락앤락의 공개매수가에 따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6배로 이론상 기업가치보다 낮다고 지적한다. 또 주가가 2017년 3만1965원 최고가를 찍은 뒤 내리막길을 탔는데, 같은 해 사모펀드 인수가 시작된 만큼 하락세를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이고 있다. 커넥트웨이브도 2021년 8월 4만155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MBK파트너스 측의 지분 매집과 함께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승조 다인인베스트 대표는 이날 “주가를 떨어뜨린 뒤 공개매수를 청구하고 상장폐지를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반복되는 행태는 거대 자본의 탐욕”이라며 커넥트웨이브 공개매수에 반발하는 소액주주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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