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해역 한정 약속 깨고 진출 가능성
국제사회 우려 확산 속 이달 닻 올려

일본에서 남극까지 항해 가능한 대형 포경선이 처녀 출항을 앞두고 있어 상업포경 활성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75억엔(약 664억원)이 투입된 대형 포경선 ‘간게이마루’(?鯨丸·사진)가 이달 중 첫 출항을 준비 중이다. 간게이마루는 오랫동안 일본 포경산업의 상징 역할을 해온 포경 모선 ‘닛신마루’를 대체한다. 닛신마루는 대형 선단을 이끌며 해상에서 바로 고래를 해체·가공할 수 있는 선박으로, 대규모 포경이 가능해 전 세계 환경운동가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돼 왔다. 닛신마루의 기능을 이어받아 최대 600t의 고래 고기를 가공·저장할 수 있는 포경 모선 간게이마루는 일본 포경산업의 중심지로 꼽혔던 시모노세키시가 건조 비용을 일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포경선의 첫 항해지역은 일본 북동쪽 해역으로 100여명의 승무원과 함께 시모노세키항을 떠나 8개월간 항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본은 2019년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한 뒤 31년 만에 상업포경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국제적 비난을 의식해 포경 허용 지역을 자국 연근해와 오오츠크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새로 건조된 간게이마루의 항해 범위가 1만3000㎞에 달해 일본이 향후 자국 해역이 아닌 남극해 등 대양까지 조업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온다. 일본은 상업포경을 중지한 1988년 이후에도 남극해 등 대양에서 과학적 연구를 이유로 한 포경을 허용했다. 이 중 보호대상이 아닌 고래는 식재료 유통도 허용했는데 일본 선박들이 이를 악용해 사실상의 상업포경을 해왔다. 결국 일본이 연구용 명목으로 잡은 고래의 숫자가 연간 1000여 마리를 넘어서자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4년 일본의 남극해 포경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이 현재 IWC를 탈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간게이마루는 국제적 비난만 감수하면 언제든 남극해 등 대양 조업에 나설 수 있다. 환경 및 동물 보호단체인 생명조사국의 야부키 렌 국장은 “일본은 여전히 남극에서 고래사냥을 재개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