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스스로 안전띠 착용할 의무 있어
관리·감독 보다 주의의무 위반이 더 커”
지게차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채 물건을 옮기다가 다쳤다면 회사 안전관리 책임자에게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울산지법 형사7단독 민한기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사고는 지난해 2월2일 오후 4시쯤 발생했다. 이날 울산 남구에 있는 한 업체에서 40대 B씨가 지게차(2.5t)로 성능테스트 실험동에서 지하창고로 소화기를 옮기는 중 크게 다쳤다. 실험동과 창고 사이엔 경사로가 있는데, 지게차가 오르막 경사로를 오르지 못하고 뒤로 밀리면서 턱에 걸려 운전석 방향으로 넘어졌다. B씨는 얼굴과 왼쪽 어깨 등에 98일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상을 입었다.
검찰 측은 이 회사 안전관리자인 A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지게차를 사용한 작업에 따른 위험 예방대책과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작업하도록 지시하고, 지게차 운전자에게 안전띠를 매도록 관리·지시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게차 운전자인 B씨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지게차를 운전한 책임이 더 크다고 봤다. 민 판사는 “안전띠가 설치된 기계 등을 운전하는 사람 역시 사고 발생을 대비해 스스로 안전띠를 착용해야할 의무가 있다. 회사 측이 직원들의 안전띠 착용에 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 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운전한 B씨의 주의의무 위반정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A씨가 경남 고성으로 출장을 간 점, 소화기를 옮기라는 지시를 A씨가 하지 않은 점 등도 참작됐다.
민 판사는 “이 사고의 원인은 경사로라는 지형과 지게차의 성능 미달 등이다”면서 “사고가 난 지게차 대신 더 성능이 좋은 지게차로, 경사로 대신 우회로를 이용해 작업하라는 작업계획서가 있었다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증명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대부분 안전관리자의 책임을 인정했다. 광주지법에선 최근 방호장비 없이 업체 내에서 발생한 불을 끄도록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재판에 넘겨진 가연성폐기물 연료화시설 관리소장에게 벌금 150만원, 운영팀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22년 9월 폐기물을 고열로 건조하는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직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남 나주에서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40대 업체 대표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9월 해당 업체 근로자 2명은 나주시 한 호텔 앞 도로에서 근로자 고소작업차량에 올라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도로를 지나던 탱크로리 차량이 고소작업차량을 들이받았고, 근로자 2명은 바닥으로 떨어져 다쳤다. 재판부는 “업체 대표는 고소작업 차량과 다른 차량의 충돌을 방지하는 등 사고예방을 위한 일을 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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