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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산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간혹 남아 있는 발자국과 배설물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실제로 맞닥뜨릴 일은 거의 없다는 신비의 동물. 바로 ‘산양’이다. 이러한 산양이 최근 대거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되었다. 사체로 혹은 죽기 직전의 탈진해 있는 상태로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2000개체의 산양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작년 11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최소 산양 750마리가 죽었다. 실로 많은 숫자다. 지난겨울 폭설이 잦아 산양이 먹이를 찾기 힘들어진 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명목으로 환경부가 대규모로 설치한 철조망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을 가로막아 고립시킨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앞으로 산불 위험까지 증가하면서 산양의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피해가 ‘예견’되었다는 것이다. 환경부 용역 연구와 환경단체 조사 결과는 위와 같은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이 산양 등 야생동물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했다. 그럼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울타리가 설치되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이 피해를 키웠다. 지난 2월에는 이미 산양 277마리의 죽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때라도 해결 의지를 갖고 대책을 세웠다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울타리를 선별적으로 아주 조금(4m가량) 개방하겠다’는 환경부의 뒤늦은 대응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산양이 멸종위기종 1급 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아도 법상 야생생물은 원칙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고, 정부와 국가의 역할은 법에 따른 보호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국가가 예산을 들이면서 개체 수를 늘리려 노력해 온 종이면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래 거기서 살고 있던 동물들의 삶을 인간이 각종 공사 등 명목으로 방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죽기 전 철조망 주변을 서성였던 산양의 발자국 사진이 가슴 깊이 박힌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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