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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라이칭더 취임 전 ‘장제스 지우기’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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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3 14:45:47 수정 : 2024-04-23 14: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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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공장소 장제스 동상 760개 철거 나서
총통 취임식 전날 ‘백색테러 규탄의 날’ 지정

다음달 20일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취임을 앞두고 대만에서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 동상 철거 움직임과 집권 당시 그의 백색 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는 23일 대만 정부가 전국의 공공장소에 설치된 약 760개의 장 전 총통 동상 철거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2016년 집권한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018년 출범한 ‘과도기 사법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장 전 총통이 반대자 학살은 물론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고 결론 내리고 장제스 동상 934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일각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했던 철거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대만 타이페이의 장개석 기념관을 방문한 사람들 모습. EPA연합뉴스

이는 민진당 라이 당선인의 총통 취임을 앞둔 결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장 전 총통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패해 1949년 대만으로 건너온 뒤 1975년까지 대만을 통치했으며 그의 아들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은 부친의 뒤를 이어 1978년부터 1988년까지 집권했다. 장 전 총통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으로 대만 원주민 학살의 원흉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장 전 총통은 국공내전 패배로 대만으로 패퇴하기 이전인 1947년 2월28일 시작된 대만 원주민들의 ‘2.28 시위’에 국민당 군대를 파견해 2만여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다는 게 대만 민진당 정부의 판단이다. 대만 원주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민진당은 2.28 사건을 외래 독재정권이 자유민주 체제를 전면 부정한 사건이자 권위주의 체제가 기본적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은 비극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 전 총통 동상 철거는 친미·독립 노선을 표방한 민진당이 ‘탈(脫) 장제스화’로 제1 야당인 친중 성향 국민당을 비롯해 중국과 각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전 총통 동상 철거는 국민당의 50년 집권을 깨고 2000년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 이후 시작됐지만 2008년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 당선으로 무산됐다. 이어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다시 진행됐던 동상 철거 움직임이 라이 총통 취임을 앞두고 가속하는 모습이다.

사진=EPA연합뉴스

하지만 대만 정부 내에 장제스 동상 철거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SCMP는 전했다. 신문은 대만 국방부는 그의 동상 철거에 반대해왔다.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장제스를 기리는 건 군사적 전통이며 군 기지 내에 있는 장제스 동상은 사유지로 간주한다”는 말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대만 민진당 정부는 장 전 총통 동상 철거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쿠이보(黃奎博) 대만 국립정치대 외교학과 교수는 “사회적인 공개 토론이나 논쟁을 거치지 않은 채 민진당 정부가 장제스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대만 담강대의 제임스 천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동상 철거를 라이 총통 취임식과 연결해 분석했다. 천 교수는 “대만 민진당 정부가 라이 총통 취임 전날인 5월19일을 장제스 집권 시절 백색 테러 규탄의 날로 지정하는 계획을 승인했다”며 “이는 국민당의 역사적 불법 행위를 공격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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