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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기재부의 시간’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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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7 23:17:23 수정 : 2024-04-17 23: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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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묻지마 공약’ 남발… 선심성 퍼주기 막아야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선 직전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에서 쏟아낸 정책과제와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선심성 공약들의 ‘청구서’를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문제는 기재부가 받아든 청구서의 가격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감세 정책과 개발 사업, 현금 지원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철도 지하화, 각종 지원금, 공짜 점심까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여야가 발표한 개발공약은 2239개로, 필요한 돈만 최소 554조원에 달한다. 10개 중 7개는 재원조달 방안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공약’이다.

돈풀기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은 24차례에 걸친 민생토론회에서 각종 개발사업과 수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했다. 지역마다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는 인프라 개발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1기 신도시 조기 재건축(경기 고양),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확대 및 철도·도로 지하화(의정부),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인천),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산), 그린벨트 해제(울산)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후속조치를 위해 추린 정책과제 수만 240개에 달하며, 과제 수행에 필요한 돈이 1000조원대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총선 결과로 기재부의 시간은 더욱 엄혹해졌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의 입법과제 대부분이 발목이 잡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의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다음달로 예정된 재정전략회의부터 세법 개정안(7월), 내년 예산안(9월) 편성까지 복잡한 셈법을 풀어내야 한다.

건전재정을 주창하는 윤석열정부의 기재부가 값비싼 청구서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곳간’ 상황이 넉넉하지 못하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감소 영향으로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정부 계획보다 크게 나빠졌다.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다. 전년 결산보다 30조원 줄었지만, 당초 계획보다 29조원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3.9%로, 1.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관리재정수지가 악화하면서 정부가 공언한 재정준칙은 또 지켜지지 못하게 됐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감세·지원정책과 정치권 공약을 이행하려면 더 큰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러다 보니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를 넘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정 상황이 이런데도 재정준칙 도입은 더욱 힘들어졌다. 정부는 21대 국회 통과에 힘을 쏟았지만 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법으로 지출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는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재정준칙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요원하다. 결국 기재부는 재정준칙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키지도 못하는 무능을 드러낸 셈이다.

부총리가 말한 기재부의 시간이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영혼 있는’ 공무원으로 변해야 한다.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했던 논리로 나라살림을 챙기고, 무리한 요구에는 저항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기재부는 곳간지기다. 필요할 땐 풀어야 하지만, 선심성 퍼주기는 막는 게 임무다. 때에 따라 대통령실과도 각을 세워야 한다. “기재부에서 우리 장관님이 시원하게 양보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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