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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정갈등 풀 ‘윈윈협상의 길’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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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5 23:22:11 수정 : 2024-04-15 23: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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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첨예한 문제로 떠올랐다. 누구도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는 교착상태에서 대립이 격화할수록 공멸로 끝날 개연성이 높다. 경쟁적 접근을 넘어 상호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협상이 필요할 때, 다음 여섯 가지 전략이면 충분하다.

첫째, 의정협의체 구성이다, 정원 확대냐, 전면 백지화냐 양자택일을 강요하면 갈등의 나선형 확대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총선도 끝난 마당에 명분에 집착해 얻을 실익도 없다. 당사자들끼리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시작이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한국갈등학회 회장

둘째, 협상 창구 단일화다. 그게 어렵다면 전공의, 개업의, 교수 등 직역별 대표성을 확보한 복수 단체와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다자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더 힘든 협상이 되겠지만, 양보의 교환(로그롤링)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폭은 더 넓어진다.

셋째, 사람과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명분만 근사하지 피차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특정 사람이나 집단의 악마화를 당장 그만두고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여부다. 그동안 강성 일변도의 투쟁전략으로 감정이 상한 양측의 협상 대표자를 동시에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어젠다 확장전략이 필요하다. 의대정원 확대라는 한 의제에 몰입하다 보면 협상가능영역(ZOPA)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좁아질 수 있다. 의료교육의 품질 향상과 의료전달체계 개혁, 필수의료 혁신 방안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이슈 크기가 커져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단점이 있지만, 양측이 수용 가능한 타협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째, 공동사실조사가 필수다. 정부는 이미 충분한 사전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견 조율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의정협의체 아래 ‘현인회의’를 구성하면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춘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한 현인회의가 투명한 정보자료를 생산하면 협상을 소모적인 감정싸움에서 객관적인 논리싸움으로 전환할 수 있다. 양측의 매파가 물러나고 비둘기파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여섯째, 조정자의 개입이 합의형성을 도울 수 있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면,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상호불신 상황에서 중립적인 제3자의 참여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의 도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의정협의체와 현인회의를 지원해야 하는 보건복지부가 갈등의 한 축임을 고려하면 ‘퍼실리테이션’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제3자의 존재가 두 집단 사이의 관계 관리자로서 진가를 드러낼 수 있다.

이상의 여섯 가지 전략은 협상 교과서에 나열된 윈윈협상의 기본 원리를 갈등관리에 응용한 것이다. 모든 게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럴 때 의대 증원 문제는 물론 애초에 목표했던 한국 의료체계 전반의 개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갈등이 기회가 되는 순간이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한국갈등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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