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6~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이 티켓도 못 팔고 공연 자체가 불투명해진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참가 무용수 등 공연 내용이 당초 계획했던 것과 상당부분 달라지면서 주최 측의 공연변경신청 심의를 한 세종문화회관 대관심사위원회가 변경 승인을 불허하고, 주최 측이 법원에 낸 계약이행가처분 역시 기각돼 공연 무산 위기에 놓였다.
12일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전날 ㈜발레앤모델의 공연변경신청에 대한 대관심사위원회 심의를 진행한 결과 변경승인이 부결됐다.
앞서 발레앤모델은 지난해 10월 ‘볼쇼이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in 서울’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대관 심의와 승인을 받고 대관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28일 공연명을 ‘발레앤모델 2024 슈퍼 발레콘서트’로 바꾸고, 출연자 구성과 프로그램을 변경해 공연하겠다고 공연변경을 신청했다. 이를 두고 지난달 볼쇼이 발레단의 간판스타이자 ‘푸틴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스타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예술의전당)이 논란 끝에 취소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볼쇼이 발레단은 러시아 국립발레단으로 발레단이 소속된 볼쇼이 극장 총감독을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인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맡고 있다.
발레앤모델은 공연공급자(볼쇼이발레단→Muz Art Management LLC), 출연인원 및 구성(20명→8명, 수석 12명→6명), 출연자 소속, 프로그램 내용 및 구성(2막 12장→2막 10장/프로그램 6개 미진행 및 신규 4개) 등을 변경 또는 축소하는 내용의 공연변경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연내용 변경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며 “‘신규공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상당한 변경으로, 현 내용으로 최초 대관심의를 진행했다면 승인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변경신청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또 “변경내용 심의를 위해 필요한 관련서류(신규공급사인 공연기획사와 출연자간 출연계약서, 사증발급확인 등) 없이는 변경심의 진행이 어려워 서류 보완제출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발레앤모델은 지난 4일 법원에 계약이행가처분을 신청해 공연변경 심의에 외부판단을 개입시킴으로써 혼란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50민사부도 이날 발레앤모델의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발레앤모델 대관 내용 변경신청에 따르면 단순히 공연의 명칭만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연에 출연하는 무용수와 전체 인원, 공연이 이뤄질 프로그램까지 변경된다”며 “세종문화회관이 ‘변경심의위원회를 소집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 없음’으로 기각하면서 세종문화회관의 손을 들어줬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법원의 계약이행가처분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을 고려해 대관심의 결과 발표를 미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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