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원외정당 추락 수모
새미래 이낙연 “뜻 겸허히 수용”
치열한 거대 양당 대결 구도에
53년 만에 무소속 당선자도 ‘0’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의 격렬한 대결 속에서 4·10 총선은 53년 만에 무소속 당선자 제로(0)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1971년 실시된 제8대 총선 이래 처음으로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전원이 당적(黨籍) 보유자다. 소선구제에서의 치열한 양당 대결 구도가 제3지대의 정치적 공간을 축소시켰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진보계 정당인 녹색정의당은 창당 이래 의석 한 석도 얻지 못했고 당내 유일 현역 지역구 의원 심상정 의원은 낙선 확정 후 11일 기자회견에서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심 의원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1대 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겨온 진보정치 소임을 내려놓으려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주민 신임을 받지 못했고 녹색정의당은 참패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력을 갖춘 후배 정치인들이 성장할 수 있게 진보정당의 지속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는다”며 “지금까지 진보정당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제가 떠안겠다. 녹색정의당의 새로운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 정치를 성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심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처음 원내에 진출했다. 19대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인 고양갑에서 승리한 뒤 20·21대 총선에서도 내리 승리하며 4선 고지에 올랐다. 노회찬 의원이 사망한 뒤에는 유일한 진보 정당 다선 의원으로서 정의당을 이끌어왔다.
녹색정의당은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의석 획득에도 실패하면서 전신 민주노동당이 최초로 원내에 진출한 2004년부터 따지면 20년 만에 원외 정당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이는 한국 진보 정치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녹색정의당은 다음 달 새 지도부를 구성한 뒤 원외 정당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나 향후 진로를 놓고 큰 진통이 예상된다.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비록 원내진출에 실패했지만 녹색정의당이 고심해서 만든 정책들이 22대 국회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며 “주요 정당이 22대 국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면서 녹색정의당의 정책들을 한 번 숙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소위 제3지대 도전도 실패로 결론 났다는 평가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상임고문의 정치적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당차게 3지대 도전에 나선 새로운미래는 봉쇄조항(비례대표 의석 획득을 위한 최소 득표율) 3%를 넘기지 못하며 비례대표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지역구 후보도 세종갑 김종민 당선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27명 전원이 낙선했다.

광주 광산갑에 출마한 이낙연 상임고문은 13.87% 득표에 그치며 민주당 민형배 의원에게 참패했다. 이 고문은 이날 광주 광산구 산월나들목 주변 교차로에서 ‘광주 시민의 뜻, 겸허히 받들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고문은 별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낙선인사에서 “앞으로도 대한민국 정상화, 민주세력 재건, 광주와 호남 발전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며 “증오와 저주의 선동정치를 어떻게 끝낼지, 국민과 함께 끈기있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했다. 오영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혹여 아쉬운 결과에 실망과 상처가 생기셨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그 선두에 섰던 저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참 송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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