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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추념식서 AI로 복원된 아버지… ‘팔순 딸’은 울음 삼켰다

입력 : 2024-04-04 07:00:00 수정 : 2024-04-03 23: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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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6주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5살에 토벌대에 아버지 잃은
옥자 할머니 사연에 울음바다
韓총리 “2025년 진상조사 마무리”

“아버지, 나 얼굴 알아지쿠과? 나는 아버지 얼굴 몰라. 아버지가 나 불러도 모를거고. 나도 아버지 부르고정 해도 못 부르고….”

 

3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6주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는 4·3사건 당시 다섯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어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김옥자(81)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됐다. 내레이션을 맡은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은 “옥자 할머니의 70여년은 흐르지 않는 정지된 시간이었다. 4·3의 피바람은 이렇게 긴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다섯살 옥자’인 팔순 노인을 남겨놨다”고 설명했다.

마르지 않은 눈물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4·3 사건 유족 중 한 명인 김옥자 할머니(앞줄 왼쪽)가 추념식장 스크린에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된 아버지 모습이 나타나자 손녀 한은빈양과 함께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4·3사건 당시 소개령(疏開令)이 내려지자 김 할머니 가족들은 제주 화북리 곤을동 마을로 거처를 옮겼다. 며칠 뒤 김 할머니의 아버지(당시 28세)는 외양간에 두고 온 소를 살피러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선 뒤 토벌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김 할머니 어머니는 이듬해 봄에 곤을동 인근 화북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언니와 동생마저 굶주림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그렇게 김 할머니만 홀로 남겨졌다.

 

무대에 오른 김 할머니의 손녀 한은빈(17)양은 “할머니는 새해 달력을 걸 때면 ‘음력 동짓달 스무날 찾아보라’고 하신다. 그날이 바로 가매기 몰른 식게, 즉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하는 까마귀조차 모르게 지내는 제삿날이라는데 바로 할머니의 아버지, 제 증조할아버지의 제삿날”이라고 전했다. 한양은 “저희 할머니 시간은 여전히 5살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리움에 사무친 아버지 얼굴은 그 시간 속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말 아닐까요”라고 했다.

 

이어 유족 증언 등을 바탕으로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된 아버지 영정사진을 갖고 4·3평화공원을 찾은 김 할머니의 영상이 상영됐다. 김 할머니는 아버지 이름이 적힌 각명비 앞에서 “아버지 이 사진 아버지랑 닮아수과(닮았나요). 이거 나랑 닮았다 고라줍서(말씀해 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된 김 할머니 아버지가 “옥자야, 아버지여. 하영(많이) 기다렸지. 이리 오라 우리 똘(딸) 얼마나 컸는지 아버지가 한번 안아보게”라며 두 팔을 벌려 다가오는 모습이 스크린에 떠오르자 추모식장에 있던 김 할머니와 은빈양은 물론 모든 추모객이 눈물을 훔치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최첨단 AI 기술로 복원한 김옥자 할머니 아버지 사진.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사에서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를 빈틈없이 마무리해 미진했던 부분도 한층 더 보완해 나가겠다”며 “생존 희생자·유가족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운영에 더욱 힘쓰고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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