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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00년’ 19살에 친누나의 꾀임에 속아 살인 저지른 美 한인의 비극적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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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3 14:18:21 수정 : 2024-04-03 14: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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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서(오른쪽)와 한인 지지자들/사진=앤드루 서 사면 청원 서명운동 웹사이트

 

누나의 꾀임에 속아 살인을 저질러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고, 약 30년 만에 모범수로 출소한 한인 남성 앤드루 서(50·한국명 서승모)의 사연을 살펴봤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인 1976년, 5살 위인 캐서린 서와 함께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를 따라 미국 시카고로 이민을 떠났다.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났지만, 기대와 달리 이민 생활은 쉽지 않아 어려서부터 앤드루가 영어에 서툴렀던 부모의 통역을 담당하며 유일한 단짝 친구가 되어줬다.

 

그러나 앤드루가 11살 되던 해 1985년,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어머니가 홀로 대학가 근처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그와 캐서린을 키웠지만 2년 뒤 어머니마저 운영하던 세탁소에서 의문의 강도에게 37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돼 세상을 떠났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앤드루는 유일한 혈육인 누나 캐서린에게 크게 의지하며 역경을 이겨내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생회장을 맡았고, 미식축구 선수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나아가 대학 진학 때는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될 정도로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사진=앤드루 서 사면 청원 서명운동 웹사이트

 

그러다 앤드루는 19살이던 대학교 2학년 때인 1993년 누나 캐서린으로부터 “동거남(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고 상속받은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나를 학대한다”라는 말과 함께 총과 도주용 항공권을 건네받으며 살인을 사주 받게 된다. 이에 그는 누나의 지시를 받아 집 차고에 숨어있다가 누나의 동거남을 총으로 살해한 다음 콜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하지만 댈러스포트워스국제공항에서 덜미가 잡혀 체포됐다.

 

체포된 앤드루는 경찰 조사에서 죄책감을 호소하며 누나 사주로 누나의 동거남(오두베인)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하와이로 도주했고, 당시 검찰 측에서 남매가 동거남 명의의 생명 보험금 25만 달러(약 3억, 3000만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하면서 앤드루는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선고에 철문을 벗어날 가망이 없었던 그는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80년 형을 선고 받았다. 남동생에게 살인을 사주했던 캐서린은 하와이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중 붙잡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사진=앤드루 서 사면 청원 서명운동 웹사이트

 

이와 관련해 앤드루는 2010년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브 서’에서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캐서린이 80만 달러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돈 문제로 갈등을 빚던 어머니를 오두베인과 함께 살해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당시 캐서린과 오두베인이 용의선상에 오른 바 있으나, 서로의 알리바이를 보장해준 덕분에 수사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서 씨 어머니 사망 사건은 아직까지도 미제로 남아 있다.

 

이후 그의 사연이 일명 ‘시카고 한인 이민사 비극’으로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알려지면서 교민들은 힘을 실어 주 정부에 여러 차례 사면을 청원을 올렸지만 거부됐고 2011년 변호인이 법원에 제기한 재심 또는 재선고 요청도 기각됐다.

 

그러다 모범수 형기 단축 프로그램 덕분에 앤드루는 복역 30년 만인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에서 조기 출소했다.

사진=앤드루 서 사면 청원 서명운동 웹사이트

 

당시 앤드루는 교도소에서 나오면서 현지 한인교회 교민들이 준비해 온 두부를 먹으며 “30년 만에 세상에 나온 감정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정말 잘 살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소한 뒤 앤드루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눈물을 흘리며 “유가족에게 정말 큰 죄를 지었다. 기회가 온다면 계속 용서를 구할 것”이라며 “그동안 한인사회가 저를 버리지 않고 기억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고 말했다.

 

끝으로 교도소에서 학사 학위와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앤드루는 현재 청소년 사역과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혜지 온라인 뉴스 기자 hyehye0925@seq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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