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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센터 ‘번아웃’… ‘일부 진료 불가’ 한 달 새 4곳 늘어 [의대 증원 갈등]

입력 : 2024-04-02 19:00:00 수정 : 2024-04-02 22: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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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응급질환자 치료 ‘차질’

전공의 이탈·진료 축소… 현장 ‘악화’
정부, 비상진료대책 지속 보강 나서

전공의·의대생 66%가 “수련 포기”
“정부·여론의 의사 악마화에 환멸”

서울대병원,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
전공의 공백 장기화에 경영난 가중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뒀음에도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전공의와 의대생 3명 중 2명은 전공의 수련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내년 대형병원의 의사 인력 수급 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 집단이탈 장기화 및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여파도 하나둘 확인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의 생각은…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2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빌딩 회의실에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 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조사 응답자의 96%는 ‘감축 또는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전공의 66% “수련 포기할 것”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와 의대생 15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젊은의사 동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4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와 의대생 66%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87.4%) △정부가 구조적 해법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추진(76.9%) △심신이 지쳐 쉬고 싶음(41.4%)을 꼽았다. 류옥씨는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의사를 악마화하는 것에 상처받고 모멸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였다. 이들이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조건’으로 내세운 건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93.0%)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73.4%) △전공의 52시간제 등 수련 환경 개선(71.8%) 순이었다.

 

‘복지부 장차관 파면’이라는 조건에 대해 류옥씨는 “지금 의사들은 마음이 많이 다친 상태”라면서 “필수과를 ‘낙수과’로 표현하고 2000명을 늘리면 사람이 부족한 곳(진료과)이 채워질 것이라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 불신을 가졌다가 지금은 절망에서 무관심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한국 의료의 문제점으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저부담 의료비(90.4%)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80.8%) △응급실 및 상급종합병원 이용의 문지기 실종(67.0%) △당연지정제(62.4%)를 지목했다.

 

사직·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압력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1%에 그쳤다. 류옥씨는 “사직 전공의나 휴학생 절반가량이 왕따가 되는 것이 두려워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 결과가 보여 준다”고 말했다.

 

◆다시 중재 나선 교수단체

 

의·정 갈등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교수단체는 정부와 전공의 간 중재에 다시 나섰다.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감성적인 호소로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 달라고 촉구했다.

2일 대구 중구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상황의사와 상황요원이 지역 응급 의료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위원장은 “현재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주인공을 한 분 고르라고 한다면 윤 대통령”이라며 “팔을 먼저 내밀고, 어깨를 내어 달라”고 했다. 조 위원장은 전공의를 사랑의 마음으로 껴안아 달라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아들딸 같은 젊은이들이 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정책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반항만 한다고 고깝게 여기지 마시고, 아들딸들에게 귀를 내어 주시고 사랑의 마음으로 껴안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간 만남 성사를 전제로 언론에 당부도 했다. 조 위원장은 “만남이 성사된다면 두 분 만의 시간을 존중해 달라”며 “두 분의 만남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의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화답했지만, 전공의 측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의료개혁 관련 담화를 낸 데 이어 이날 지역 의료원을 방문하며 의료개혁 명분을 강조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의료계 집단 반발이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자 진정성을 내보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가운 아래 군복과 군화 차림의 군의관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일부 진료 불가’ 권역응급센터 늘어

 

전공의 집단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외래진료 및 수술 축소 등으로 응급의료 현장은 악화일로다. 전병왕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중증·응급 질환 중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하는 곳이 3월 첫 주 10곳에서 3월 마지막 주 14곳으로 다소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44곳인데 이 중 3분의 1가량은 정상적인 응급 진료가 어렵다는 의미다. 전 총괄관은 “정부는 응급의료기관의 배후 진료 역량을 면밀히 살피며 응급환자가 적정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2차 비상진료대책을 시행한 데 이어 기존 대책을 지속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여러 대책에도 의료 현장에선 아직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의대생들이 신규 인턴 지원을 포기하면서 향후 대형병원의 인력 부족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대형병원들은 기존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의료진 번아웃 우려 등에 추가로 일정 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전공의 공백 장기화에 따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그룹은 이날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비상진료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겠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교직원 여러분이 널리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다른 ‘빅5’ 병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정우·조희연·이지민·윤솔·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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