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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규리그 1위 일등공신인데…막심 영입에 '씬스틸러' 자처하는 임동혁 "아쉽지만, 통합우승 4연패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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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1 10:33:34 수정 : 2024-04-01 10: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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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4연패의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7년차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26)이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지난 정규리그 3연패 과정에 비해 우여곡절이 심했다. 토종 에이스인 정지석은 비시즌 간 소화한 국가대표 일정에서 허리부상을 입어 2라운드까지 코트를 밟지도 못했다. 3년차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호주)도 지난해 11월30일 우리카드전을 마지막으로 허리 부상으로 코트를 비웠고, 결국 한국 땅을 떠났다. 링컨의 대체 외국인 선수인 무라드 칸(파키스탄)이 지난해 12월25일 OK금융그룹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지만,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다.

대한항공 임동혁.

이러한 공격진의 공백을 메워준 게 임동혁이었다. 올 시즌 한 단계 더 진화하며 대한항공을 넘어 V리그 최고의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로 성장한 임동혁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부름에 따라 언제든 코트에 나섰다.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36경기에 모두 출장한 임동혁은 559점을 올리며 전체 7위에 올랐다. 토종 선수로만 따지면 전체 1위다. 게다가 시즌 공격 성공률도 56.02%를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시즌 막판 우리카드에 0-3으로 패하며 자력 우승의 기회를 빼앗겼음에도 우리카드의 막판 부진을 틈타 정규리그 1위를 거머쥐며 통합우승 4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대한항공. 그들의 압도적 강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정규리그 1위의 일등공신인 임동혁이 챔피언결정전에서 경기 시작을 코트가 아닌 웜업존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를 벤치에 두고도 지난달 29일, 31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각각 세트 스코어 3-1, 3-0으로 눌렀다. 이제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대한항공은 V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조로 꼽히는 ‘삼성화재 왕조’도 해내지 못한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해내게 된다.

임동혁이 이번 챔프전에서 경기를 웜업존에서 시작하는 것은 이번 챔프전만을 위해 영입한 대체 외국인 선수 막심 지갈로프(러시아)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m3의 좋은 신장에 왼손잡이라는 장점을 가진 막심은 과연 임동혁을 벤치로 밀어낼 만한 기량을 보유했는지 의구심을 갖게는 한다. 왼손잡이다운 깊은 각에 빠른 스윙 스피드, 처음 상대하는 선수라는 생소함이 더해져 득점력은 준수한 편이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그리 뛰어나진 않다. 왜 지난해 5월 트라이아웃에서 뽑히지 않았는지를 알게 한다.

 

1차전에선 20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44.44%에 불과했고, 블로킹 4개를 당했고 공격 범실도 3개가 나왔다. 2차전에선 공격 성공률이 50%로 다소 올랐으나 블로킹 5개에 공격 범실도 6개에 달했다. 공격 효율은 각각 28.89%, 19.44%로 확연히 떨어졌다.

 

막심의 기량이 임동혁을 벤치로 밀어낼 정도인가 의구심이 들지만, 경기 결과는 좋다. 어쨌든 대한항공은 이겼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2경기까지 이미 3경기를 소화하고 올라온 OK금융그룹이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고, 범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서브를 넣는 OK금융그룹의 팀 컬러가 정지석, 곽승석이라는 리시브가 가장 안정적인 아웃사이드 히터를 보유한 데다 한선수, 유광우라는 현역 최고의 세터이자 가장 노련한 세터들을 보유한 대한항공에는 상성이 전혀 맞지 않아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선수 개인 입장에서는 주전에서 밀린 게 분할 수도 있지만, 임동혁은 팀과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부여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 중이다. 1,2차전에서 유광우와 함께 더블 체인지로 들어가 한선수의 전위 세자리만 소화하고 코트를 떠나고 있지만, 임팩트는 크다. 1차전에선 단 1점에 그쳤지만, 2차전에선 무려 69.23%의 공격 성공률로 9점을 폭발시켰다.

 

2세트엔 13-12에 투입되어 17-17에서 교체될 때까지 대한항공이 올린 4점을 모두 책임졌다. 웜업존에서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는 듯 OK금융그룹 코트를 쪼갤 듯한 강한 파워가 동반된 강타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3세트에도 세트 중반 투입되어 트레이드마크인 강타로 3점을 올린 뒤 코트를 떠났다. 3차전에서도 임동혁이 ‘씬스틸러’ 역할을 잘 해낸다면 이번 챔프전은 세 경기에서 끝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곽승석과 인터뷰실에 들어선 임동혁은 올 시즌 들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입담으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임동혁은 “홈 이점을 살려 인천에서 2승을 가져가게 되어 마음이 편하다. 더 많은 준비를 해서 안산에서 시리즈를 끝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규리그는 멤버들이 많이 바뀌면서 혼란을 느꼈지만, 챔프전에선 정예멤버로 나서고 있다. 큰 경기를 많이 해해봤다는 우리의 장점 덕에 정규리그에 비해 챔프전에선 수월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챔프전에서 주전에 밀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임동혁은 “솔직히 선수로서 아쉽긴 하다”면서 “그래도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며, 선수는 감독이 정해준 오더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 형들과 얘기하며 마인드를 고쳐먹었다. 에이스는 경기를 많이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해줘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막심의 영입 소식을 들었을 때 임동혁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는 “아, 이번에도 내부적으로 경쟁을 해야하는구나 싶더라. 처음 소식을 전해들었을 땐 좋기도 하지만, 혼란스럽기도 했다. 막상 팀에 합류하니 나이도 있고, 경험도 있고, 배구 이해도도 높은 선수더라.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선수라 좋다”라고 설명했다.

임동혁은 이번 챔프전이 더욱 각별한 이유가 있다. 4월29일 상무에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임동혁은 “대한항공의 뎁스가 워낙 두껍고 신구조화가 잘 되어 있다. 이 멤버로 다시 뛸 수 있을까 싶다. 군대를 다녀오면 많은 부분이 바뀌어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곽승석이 “군대 1년 반밖에 안 가면서...너 돌아와도 우리는 있을 거야”라고 농담섞인 핀잔을 줬다. 이에 임동혁은 “승석이형은 군대를 안 다녀와서...(곽승석은 무릎 부상으로 군 복무 면제를 받았다) 제 심정을 잘 몰라요”라고 응수했다. 이어 “(한)선수형은 제게 ‘너 군대 다녀오면 나는 없을거야’라고 말씀하시지만, 분명히 현역으로 뛰고 있을 것 같아. 승석이형도 마찬가지다. 다만 저도 돌아오면 중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임동혁의 초중고 친구인 한국전력의 임성진도 계양체육관을 찾아 절친의 경기를 지켜봤다. 임동혁은 “저희끼리 단체톡방이 있는데, 성진이가 어제까지 연락 없다가 갑자기 1장을 구해달라고 하더라. 간신히 구해줬다”라면서 “경기 끝나고 제게 ‘교체로 들어가서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라고 말해주더라. 안산에도 보러오지 않으면 우승해도 우승 턱 안 쏠 것이라고 말하긴 했다”라고 말했다. 아직 챔프전에서 뛰어보지 않은 임성진에게 챔프전에서 뛰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해줬냐는 질문에 “.챔프전을 한 번도 안 뛰어본 성진이한테 챔프전 얘기를 하긴 좀 미안해서 그런 얘기는 안 했어요”라고 답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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