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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돌봄 인력에 최저임금 적용 논란…“일자리 질 개선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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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8 20:00:00 수정 : 2024-03-28 18: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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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 쟁점’ 토론회
오세훈 시장 ‘무쇠 지팡이’ 발언 비판도

“엄마, 할머니, 며느리 등 여성 가족 구성원이 하던 일이 임금 노동이 되면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이라고 가치를 절하한 데서 비롯한 일이 아닐까요.”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은행이 지난 5일 ‘BOK이슈노트: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한 데 관해 비판적인 견지에서 논의를 하기 위해 개최됐다. 해당 보고서는 돌봄 서비스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8일 오전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돌봄공공성연대 등이 주최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조 연구위원은 한은의 보고서에서 담고 있는 논의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돌봄 서비스 인력이 정말 부족한가, 인력이 부족하면 왜 부족하고 왜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은 지금 생략돼 있다”며 “한은 보고서는 물론이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주장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돌봄 업종 종사자의 공급 부족에 관해 “특정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자리의 질이 어떤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하물며 당근에서 거래를 할 때도 내가 팔고 싶은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안 팔린다”고 짚었다. 즉, 돌봄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해당 일자리에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도 적다는 설명이다. 생계를 유지할 충분한 임금이 뒷받침되지 않고, 사회적 인정도 부재한 현 상황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조 연구위원은 “온전한 직업이 아닌 잠깐 아르바이트식으로 하고 마는 일자리라는 인식을 가지면 직업적 정체성 형성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한은 보고서에서 예시로 든 싱가포르, 홍콩과 우리나라 상황을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싱가포르 경우 우리나라처럼 전 산업에 적용하는 최저임금 제도가 없고, 홍콩은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이 아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이 점을 짚으며 “최저임금이 상당수 노동자들의 실질적 최고임금으로 작동하는 한국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해당 직종에 사활을 건 문제”라고 했다. 이어 “한은 보고서에는 ‘돌봄 노동은 효율성이 낮아 최저임금 주는 것도 아깝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임금 적용을 ‘무쇠 지팡이’에 비유한 것도 비판 대상이 됐다. 조 연구위원은 “‘지팡이는 들기 편해야 의미가 있다’고 오 시장이 말했는데, 남의 임금을 깎자는 주장은 정말 처음 듣는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 돌봄 노동자가 온다고 저출생이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고, 해결된다면 슈퍼맨이고 원더우먼인 셈인데 그러면 임금을 더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은의 보고서는 2022년부터 이어온 이번 정권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오 시장이 2022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저출생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을 언급하며 “한은 보고서는 2년에 걸친 윤석열정권 하에서 정책적 흐름의 종합판”이라고 했다. 이어 “나쁜 보고서여도 정합성은 있어야 하는데 정합성이 없는 연구는 처음 봤다”며 보고서에서 비싼 실버타운을 예로 든 것이 잘못됐다고 짚었다.

 

최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내국인과 외국인 돌봄 노동자 모두 적용해야 마땅하다”며 한은의 보고서가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까지 (정권 차원에서) 나쁜 흐름이 있었는데도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나 싶고, 공동전략을 제대로 제시했는지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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