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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 첫걸음… 정당 현수막이 선거 재킷으로 ‘이유 있는 변신’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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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30 19:00:00 수정 : 2024-03-30 14: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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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광고인들 ‘보트포어스’ 프로젝트

우후죽순으로 걸리는 정당, 선거 현수막. 정책, 공약을 알리고 싶을 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에 여야 할 것 없이 경쟁하듯 현수막을 걸게 된다. 하지만 플라스틱 합성섬유가 주성분이기 때문에 땅에 묻어도 잘 분해되지 않고 소각 시 다이옥신 등의 유해 물질이 배출된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현수막 게시는 환경 파괴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작년 보궐선거 때 기후 위기와 관련한 공약이 재활용되지 않는 현수막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모순적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 계기였죠.”

아트 디렉터, 카피라이터 등 2030 청년 광고인 6명은 이러한 현수막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보트포어스(vote for earth, u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린피스가 개최한 2024 기후토크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폐현수막 업사이클 재킷이 그들의 작품이다. 프로젝트 리더인 황재연 씨는 “이 문제를 정치인이나 환경단체와는 다르게 광고인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비판이나 비난보다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멋있어서 입고 싶은 옷으로 만들어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것이 그들의 취지다. 이날 각 정당의 폐현수막으로 제작된 재킷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국민의힘 정혜림 영입 인재,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대여 형식으로 전달되었다.

국민의힘 정혜림 영입인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트포어스가 제작한 현수막 업사이클링 재킷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경기 의왕시의 선거사무실에서 보트포어스가 제작한 현수막 업사이클링 재킷을 입고 있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서울 마포구의 선거사무실 앞에서 보트포어스가 제작한 현수막 업사이클링 재킷을 입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됐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정당 현수막이 아닌 선거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상의 현수막 부착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현수막은 읍면동의 2배수를 선거구 내 어느 장소에든 걸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특정 장소에 모든 현수막을 걸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소영 의원은 이에 “실제로 시민들을 만나면 현수막을 너무 많이 안 걸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또한 “현수막 같은 환경 파괴적인 전달 방법 외에 여타 광고들처럼 SNS를 통한 전달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러한 광고 방식은 원하지 않을 경우 거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알 권리와 거부할 권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프로젝트 팀 보트포어스(vote for us, earth). 왼쪽부터 패션디자이너 서윤이, 프로젝트 매니저 이주은, 프로젝트 리더 황재연, 모션디자이너 홍명윤, 그래픽디자이너 김희윤, 장지훈. 그린피스 제공

정혜림 영입 인재는 “주로 건널목에 걸려 있는 정당, 선거 현수막이 강풍 등으로 인해 파손되어 시민들이 다치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가 시민들의 안전보다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수막으로 표출된 정제되지 않은 비난들이 청년들을 정치에서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장혜영 의원은 “현수막을 걸지 않고 메시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광판을 설치한다면 매번 모두가 현수막을 제작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수막을 제작하고 게시하지만, 업사이클 업체와 계약해서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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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의류제작 업체에서 보트포어스의 재킷이 제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상 또다시 수많은 현수막이 제작되고 버려질 것이다. 비록 업사이클이 기후 위기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이번 총선 기간에 한 명이라도 더 현수막 업사이클 재킷으로 문제점을 인식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길의 첫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글=최상수 기자 kilr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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