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5,7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마태 수난곡’ 공연에 참여
“지금처럼 매우 어려운 시기에 영성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중요합니다. 3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잠시 이 혼란스러운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바흐(1685∼1750)의 ‘마태 수난곡’ 내한 무대를 앞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카운터테너(소프라노처럼 높은 음역의 소리를 내는 남성 가수) 필리프 자루스키(46)는 300년 가까이 된 바흐의 종교음악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바로크 음악의 유산이자 교회 음악의 정수로 평가받는 ‘마태 수난곡’은 신약성경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여정과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장엄한 합창과 서정적인 아리아로 그려낸다. 바흐가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음악감독)로 재직할 때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쏟아내 1727년 완성한 3시간이 넘는 대작이다.
자루스키는 27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바흐의 음악적 완벽함 앞에서 나의 불완전함을 매우 강력하게 느낀다”면서 “‘마태 수난곡’은 20년 전에 몇 번 공연했었다. 독일어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더 성숙해진 목소리로 다시 노래할수 있기를 오랫동안 꿈꿔왔다”며 한국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다음 달 3일 롯데콘서트홀과 5일 통영국제음악당, 7일 LG아트센터에서 예정된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마태 수난곡’ 공연에 함께한다.

‘마태 수난곡’의 유명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 6개월 넘게 집중 연습했다는 데서 자루스키가 이번 무대에 임하는 자세가 엿보인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는 바이올린 솔로 연주와 성악가의 대화이기 때문에 후회의 강렬한 표현과 극적인 면을 기악적으로 표현하는 게 어렵습니다.” 이어 “바흐는 성악가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악기처럼 다루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의 파트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바흐의 성악곡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루스키는 ‘천사의 목소리와 악마의 기교를 가졌다’고 칭송받는 성악가이지만, 사실 10살 때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했지만,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했어요. 하지만 노래하면서 더 많은 자유와 기쁨을 느꼈습니다.”

카운터테너는 보통 가성(假聲)으로 여성의 음역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루스키는 가성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성’이란 단어에 ‘거짓’이란 의미가 들어 있잖아요. 카운터테너는 음역보다 노래하는 방식으로 정의되는데 나는 여전히 여성 소프라노처럼 두성(머리 목소리)으로 노래합니다. 목소리 자체는 메조소프라노보다 가볍고 때로는 더 연약해요. 지금은 온몸으로 노래하면서 더 다양한 색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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