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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한은 유일 여성 금통위원 “입행 때 40%였던 여성, 고위직 가면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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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6 17:00:00 수정 : 2024-03-26 16: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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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서 입행할 땐 40%가 여성인데 고위직에 가면 여성이 안보입니다.”

 

서영경(6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팬데믹 위기는 무엇을 남겼는가 :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금통위원은 다양성 제고와 여성의 고위직 진출 확대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6일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의 경험을 살려 퇴임 후 이코노미스트로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공

그는 7명의 금통위원 중 유일한 여성으로 4월20일 임기가 끝난다.

 

금통위는 한국은행 운영을 총괄하면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정책결정기구다. 금통위원은 차관급이지만 기준금리와 발권력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최종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데다 ‘7인의 현자(賢者)’로 불릴 만큼 명예로운 자리다. 

 

서 위원은 금통위에서 외부 출신이었던 이성남(2004년 4월∼08년 3월), 임지원(2018년5월~22년 5월)에 이어 역대 세번째 여성 위원이지만, 한은 내 역사상 첫 여성 임원이자 한 번에 두 단계 직급을 뛰어넘은 최연소 임원의 기록을 남겼다.

 

서 위원은 “일가정 양립이 어렵고 좋은 경력 쌓을 기회를 얻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다 여성들도 계속 도전하는 부분이 과거보다 약해진 것 같다”면서 “지난주 방문한 Fed(미국 중앙은행)에서도 여성들이 20,30대 때는 남성과 차이가 없는데 40대부터 일에 대한 열정이 급감하는 ‘열정 갭’이 나타난다고 한다. 여성 고위직이 많아지면 롤모델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사회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출생률을 높이려면 직접적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했을 때 업무에 대한 부담이나 승진 지연 등의 기회비용을 줄여주는 노력도 중요하다”면서 “미 연준에서 팬데믹 이후 주4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를 실시한 후 5세이하 자녀를 둔 사람들의 업무성과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한다. 우리도 남녀 모두 유연근무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의 재임기간 중 가장 도전적인 결정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 인상을 시작했던 “퍼스트 마일(first mile)”과 2022년 10월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꼽았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모두 겪어봤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와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서 위원은 지난 4년을 돌아보며 비틀스의 노래 'The long and winding road'(길고도 험한 길)를 떠올렸다면서 “구불구불하고, 끝이 안 보이는 마라톤을 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실제 마라톤을 뛴 사람들이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는 결승점이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쉽다고 하는데, (저는) 여전히 길이 울퉁불퉁하고 끝도 안보여서 어렵고 떠나는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원을 지내며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충격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유연하고 정확한 분석과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특히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금융은 실물의 거울이다. 실물이 먼저 변화하고 금융은 그에 대한 발현으로 나타나므로 실물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금통위에도 산업계 출신이 참여하면 균형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 위원은 1988년 한은에 입행해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장, 국제국 국제연구팀장, 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장을 거쳐 한은 부총재보를 지냈다. 이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020년 4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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