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감소 더불어 경기 회복 기대감 영향
실물 경기 방향 보여줘 ‘닥터 코퍼’ 별칭
“세계 경제 회복 신호로 인식될 수도
가격 상승 따른 인플레 우려 주의해야”
일명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리며 향후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구리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리 광석 공급 감소와 더불어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감 등이 가격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리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에선 세계 경제의 회복 신호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2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 구리 선물가격(런던금속거래소 3개월물)은 이달 중순 1t당 9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황유선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구리 가격 상승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구리 가격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t당 8000∼8500달러 사이에서 횡보세를 보이다가 이달 중순 들어 상승 모멘텀이 강화되며 한때 9164.5달러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 국제 구리 선물가격은 8866.5달러다.
구리 가격 상승세 배경에는 우선 ‘공급 감소’가 깔려있다. 지난해부터 남미 주요 생산국의 대규모 광산 폐쇄와 주요 광산의 생산성 하락 등으로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전체적으로 (구리 광석의) 3%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구리 제련업체들이 사상 최저치로 급락한 제련 수수료에 대응해 생산을 축소하기로 합의한 점도 공급 감소에 한몫했다.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구리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황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의 확장국면 진입, 중국의 양호한 2월 경제지표 등으로 대표적 경기 민감 품목인 구리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며 구리 신규 매수세가 늘어난 점 등도 가격 상승 폭 확대에 기여했다.
구리는 가격 흐름이 실물경기 방향을 앞서서 잘 보여준다는 이유로 원자재·금융시장에선 닥터 코퍼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구리는 원유나 금 등에 비해 지정학적인 영향이 덜한 데다 전자, 전기,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핵심소재이기 때문에 실물 경기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향후 구리 가격 전망을 놓고선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을 맞되 이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고서는 “구리 가격은 단기적으로 LME(런던금속거래소) 현물 프리미엄 약세 지속, 중국 구리 재고 증가 등으로 조정 국면을 거친 후 상승세가 재개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도 친환경 수요 증가, 광석 공급부족 지속 등으로 구리 가격의 강세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2분기부터 계절적 성수기 진입 및 중국의 제련소 유지보수 집중 등으로 수급 압박이 강해지면서 상승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구리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 품목으로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 회복의 신호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 상승세가 가파를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확산돼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가 지연될 수 있으므로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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