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에 ‘키퍼슨(key person·요인) 보험’이란 용어가 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악기 연주자 등 유명인이 특정 신체 부위를 다치는 경우에 대비해 드는 보험이다.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갑자기 다리 부상으로 소속 프로 팀의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선수 본인은 물론 구단도 엄청난 손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메시는 자신의 두 다리에 우리 돈으로 1조800억원이 넘는 보험을 들어놓았다. ‘축구 황제’의 위상에 걸맞은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키퍼슨 보험은 통상의 보험과 달리 보험금이나 보험료가 정해져 있지 않다. 계약자가 바라는 보험금 액수를 정해 부르면 보험사가 알아서 보험료를 산정하는 식이다.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다리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는데, 액수는 메시보다 훨씬 적은 1400억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선수에게 튼튼한 팔다리가 중요한 것처럼 노래하는 이들은 목소리가 관건이다. 가수 비의 경우 100억원에 이르는 성대 보험에 가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 있다. 그 정도 보험금을 받으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보험료를 꾸준히 내야 할 것이다.
‘이(e)스포츠’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이 대중의 인기를 누리며 프로게이머들의 몸값도 치솟았다. 2020년 ‘페이커’란 아이디로 더 유명한 프로게이머 이상혁이 오른손 보험에 가입해 화제가 됐다. 게임을 잘하려면 클릭할 때의 정교한 손놀림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2023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 금메달리스트이자 같은 해 열린 LoL 세계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우승자다. 보험금이 얼마인지 공개되진 않았으나 거액일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게이머만큼 손이 중요한 사람이 바로 피아니스트다. 연주 때마다 건반을 힘차게 내리치다 보면 손이 상할 수 있어서다.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의 소속사가 엊그제 “임윤찬이 손에 무리가 와 의사 진료와 물리치료를 함께 받고 있다”며 27일부터 4월10일까지 잡힌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임윤찬이 손에 보험을 들었는지 알 순 없지만, 콘서트 중단은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일 것이다. 조속한 쾌유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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