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北 ‘만리경 1호’ 자체 추력·제어 확인 의미는 [디펜스 포커스]

, 디펜스 포커스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3-26 06:00:00 수정 : 2024-03-25 22:09: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北 위성 궤도 변경… 기술 고도화 땐 우주서 핵공격 가능성

2023년 10월 발사 이후 고도 떨어지다
지난 2월 5차례에 걸쳐 계단식 상승
우주발사체 기술 상당한 진전 평가도

러·中 등 우주기술 활용 무기개발 나서
부분궤도 타격체계 ‘위성폭탄’ 대표적
지구 돌다가 명령받고 지상 낙하 공격

극초음속 활공체 활용하면 더욱 위협적
기존 요격망 회피, 전쟁 판도 바꿀 무기
中 최근 성공… 北도 개발 열 올려 경계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최근 자체 추력기를 통해 고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인공위성 궤도 조절 기능이 있으며 지상과 교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군 당국은 만리경 1호가 정찰위성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궤도 조정 기술 확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기술이 진전된다면 우주 공간을 활용한 핵 공격도 그려 볼 수 있어서다.

 

25일 국제위성 추적 서비스 ISS 트래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만리경 1호’의 평균 고도는 512.79㎞다. 지난해 10월 발사한 만리경 1호의 고도는 점차 떨어지며 지난 2월19일 510.074㎞로 최저점을 찍었다가 같은 달 23일 512.676㎞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소속 위성 전문가 마르코 랑브룩은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데이터를 인용한 블로그 글에서 “만리경 1호가 2월 19∼21일 근지점(위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을 488㎞에서 497㎞로 높이는 작업을 수행했다”고 분석했다. 해당 글에 인용된 CSpOC 그래프를 보면 지난 2월19일부터 24일까지로 추정되는 기간에 만리경 1호의 근지점이 5번에 걸쳐 계단식으로 상승했다.

지난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발사하는 모습.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위성의 고도가 점점 떨어져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고도가 다시 높아진 것으로 보아 제어 및 추력 장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추력 장치를 가동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원심력이 커지는데 지상으로 끌어당기는 중력보다 커지니 멀리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료가 남아 있는 한 추진 장치를 통해 정상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과 지상과의 교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앞서 북한이 2012년과 2016년에 각각 발사했던 광명성 3호 2호기와 광명성 4호는 지난해 모두 지구로 떨어지면서 소멸했다.

만리경 1호를 추적하는 추적 시스템을 만든 인공위성 솔루션 스타트업 스페이스맵의 대표 김덕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우주 궤도를 돌고 있는 물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지구로 내려오고 물리 법칙상 이유 없이 고도가 상승하지 않는다”며 “추력기를 작동하면 고도가 상승하는데 이를 작동시키려면 지상과 교신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능 떨어진다는 만리경 1호 안심해도 되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만리경 1호’에 대해 “궤도는 돌고 있다”면서도 “(만리경 1호가) 일을 하는 징후는 없다. 하는 것 없이, 일없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찰위성이 실제로 지상의 영상을 촬영해 전송하는 정찰위성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이 1차 정찰위성 발사 실패 당시 우리 군이 수거한 잔해물들을 분석한 결과 해상도 등이 3∼5m 수준으로 매우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다만 만리경 1호가 추력기를 통해 원하는 궤도에 진입하거나 궤도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것만으로도 우주발사체 기술의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추력 시스템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우주 궤도에서 이를 가동하는 것은 제한점이 많다”며 “그런데도 5단계를 거쳐서 계단형으로 고도를 높였다. 이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도 있게 된다”고 말했다.

 

◆궤도 조정 기술 진전되면 우주에 핵을 올릴 수도

위성 기술이 고도화해 우주에서 궤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면 현재의 탄도미사일보다 위협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이미 극초음속 미사일과 우주 기술을 활용한 비밀 무기들을 개발 중이다.

그중 하나가 부분궤도 타격체계(FOBS)라는 무기체계다. 일명 ‘위성 폭탄’으로 불리는 FOBS는 미사일이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빙빙 돌다가 지상에서의 명령이 떨어지면 궤도를 이탈해 목표를 향해 낙하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특히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FOBS 방식으로 발사한다면 더욱 위협적이다. 핵탄두를 탑재한 HGV가 지구 저궤도를 돌다가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해 극초음속으로 표적을 타격하게 된다면 어느 곳에 핵이 떨어지는지 발사 직전까진 알 수 없게 된다. 과거 냉전 시대에 소련에 의해 개발되었다가 미국과 소련이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개발을 중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11월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전날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을 살펴봤다고 보도하며 관제소로 추정되는 곳의 사진을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특히 중국은 2021년 8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FOBS 방식으로 발사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마크 밀리 당시 미국 합동참모의장은 소련이 1957년에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미국에 큰 충격을 준 사건에서 나온 말인 ‘스푸트니크 순간’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위기의식을 드러냈을 정도다. 북극 상공으로부터 공격해 오는 미사일 위협을 가정해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 미국의 요격망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인식되고 있는 기술이다.

북한도 최근 HGV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최근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에 사용할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의 기술력은 현재로서는 초기 단계로 평가되지만 HGV 기술과 인공위성의 궤도 조정 기술이 결합한다면 HGV를 FOBS 방식으로 발사하는 기술에 다가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