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프간·체첸서 이슬람 탄압
용의자들 “불상의 인물이 사주
2000만원 대가로 범행 저질러”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IS에서 가장 활동적인 지역 분파로 극도의 잔혹행위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 사건 배후를 우크라이나로 지목했지만 대테러 전문가들은 테러의 소행을 자처한 IS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체첸공화국 등지에서 잔혹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옛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무슬림을 상대로 잔혹행위를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체첸은 러시아 연방 자치공화국이지만 대다수는 이슬람교 수니파로 구성돼 있다. 체첸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두 번의 전쟁을 치렀는데, 푸틴 대통령은 1999년 2차 체첸전쟁에서 체첸 반군의 항복을 받아내며 얻은 정치적 인기로 200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미국 반테러 연구기관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는 뉴욕타임스(NYT)에 “ISIS-K는 지난 2년간 러시아에 집착해 왔으며 선전매체에서 자주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며 “러시아가 아프간, 체첸, 시리아에 개입한 것을 언급하며 크레믈궁이 무슬림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고 말했다.
테러 용의자들은 신원 미상의 ‘전도사’라는 인물로부터 사주를 받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테러범 1명이 신문 과정에서 범행 대가로 50만루블(약 730만원)을 받기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실제 전달받은 돈은 절반가량에 불과했지만 지시자로부터 ‘나중에 100만루블(약 1460만원)을 주겠다’고 재차 약속받았다고 RT는 전했다.
영국 타임스는 이번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과 공범 7명 등 총 11명 중 일부가 타지키스탄인이며, 공범들은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청소나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사전에 행사장 내 무기를 숨겨두도록 도왔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24일 성명을 통해 범행 일당 중 자국민이 없다고 주장하며 푸틴 대통령에게도 이를 전화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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