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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꿈꿨던 中 이주노동자… 美 백인의 차별·억압 극복기

입력 : 2024-03-23 06:00:00 수정 : 2024-03-23 01: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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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문제/메이 나이/안효상 옮김/책과함께/4만3000원

 

미국의 명문 내셔널풋볼리그(NFL) 팀 중에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가 있다. 구단 명칭이 ‘49년도의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1849년 미국 서부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이 서부로 ‘금맥’을 찾으러 떠났던 시기를 의미한다. 이를 ‘골드러시’라고 부른다. 이때 서부로 향한 사람 중에선 백인뿐 아니라 중국인 이주노동자도 있었다. 성공과 부를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한 이들을 두고 백인들은 ‘쿨리(Coolie)라고 부르며 멸시했다.

중국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메이 나이 교수는 10여년의 연구를 거쳐 이들 중국계 이민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었다. 저자는 ‘골드러시’에서 시작해 20세기 전환기 남아프리카에서 중국인 노동력 수입 프로그램이 종식될 때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건너며 중국인들의 이주와 노동, 배제의 역사를 서론과 4부 13개 장, 에필로그를 통해 꼼꼼하게 직조한다.

메이 나이/안효상 옮김/책과함께/4만3000원

‘골드러시’는 중국인과 백인이 대규모로 접촉한 첫 사건이었다. 중국인 이주민과 백인 정착민 사이의 알력은 ‘중국인 문제’를 둘러싼 전 지구적 분쟁을 촉발했고, 결국 미국과 영국제국은 중국인의 이민을 제한하고 시민권에서 배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인 ‘쿨리’ 신화가 생겨났다. 이주 중국인들은 백인의 경제적 억압과 부당한 법적 배제 및 차별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작업 거부, 임금 투쟁, 파업, 이주 공동체 결성, 거리 시위, 청원, 미국산 상품 보이콧 등으로 맞섰다.

이러한 해외 중국인들의 처지는 20세기 전환기 중국의 정치 담론에 주요한 주제로 부상했고 결국 현대 중국과 중국민족주의를 형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몽’이라는 표어를 가진 중국 민족주의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및 중국인 문제의 역사적 윤곽을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중국인 문제’는 이런 이해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라는 옮긴이의 말이 인상적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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