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뺨 등 틀어져…‘조커’처럼 보여 고통

사람들의 얼굴이 갑자기 악마로 보인다면 어떤 공포를 느끼게 될까. 희귀 질환인 ‘얼굴변형시증(PMO : prosopometamorphopsia)’ 환자는 상대의 입이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처럼 귀밑까지 이어져 있고 눈도 옆으로 찢어져 보이는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31개월 전부터 사람 얼굴이 일그러져 보이는 증상을 호소한 58세 남성이 겪는 얼굴 왜곡을 컴퓨터로 시각화한 연구 결과가 22일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실렸다.
미국 다트머스대 브래드 듀체인 교수팀은 화면이나 종이로 볼 때는 얼굴이 왜곡 없이 보이지만 직접 볼 때는 왜곡돼 보이는 특이한 증상의 남성 PMO 환자를 대상으로 왜곡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얼굴변형시증(prosopometamorphopsia)의 ‘프로소포’(prosopo)는 얼굴을 뜻하는 그리스어 ‘프로소폰’(prosopon)에서 유래했고, ‘메타모르포시아’(metamorphosia)는 물체 형태가 찌그러져 보이는 시력장애를 뜻한다.
실험에 참여한 환자는 만나는 사람들 얼굴의 이마, 뺨, 턱에 깊은 홈이 패고 얼굴 특징이 심하게 늘어나는 증상을 호소했다. 하지만 집이나 자동차 같은 물체는 화면이나 종이 속 얼굴처럼 왜곡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사람의 얼굴 사진을 찍어 이 환자에게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같은 사람의 실제 얼굴을 보도록 했다. 동시에 환자가 인지한 왜곡에 맞게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사진을 수정하면서 화면 속 얼굴과 실제 얼굴이 무엇이 다른지 환자로부터 실시간 피드백을 받았다.

그 결과 이 남성에게는 남성과 여성 얼굴이 모두 크게 왜곡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입이 귀밑까지 이어져 있고 눈도 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으며, 이마와 뺨에 깊은 주름이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안토니오 멜로 연구원(박사과정)은 “보통 PMO 환자는 대체로 모든 것이 왜곡돼 보이기 때문에 자신이 보는 것이 실제와 얼마나 다르게 왜곡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하지만 이 환자는 화면에서 왜곡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왜곡된 얼굴이 실제 얼굴과 얼마나 다른지 정확하게 시각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듀체인 교수는 “PMO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얼굴 인식 문제를 정신과 의사로부터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향정신성 약을 먹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PMO 환자들이 얼굴 인식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정신과적 장애로 생각할 것을 우려해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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