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이유 있는 사과값 폭등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4-03-18 23:26:48 수정 : 2024-03-18 23:26:4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하루에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사과의 효능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흔히 ‘아침 사과는 금(金), 저녁 사과는 독(毒)’이라는 말도 있다. 사과는 한국인에게 ‘소울 식품’으로 불린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사과는 명절 차례상과 제사상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넘쳐나는 수입 과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 사과값이 미쳤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물가상승률을 이끈 주범은 사과를 포함한 신선과일이다. 신선과일은 41.2% 급등했다. 32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사과는 1년 전보다 무려 71% 폭등했다. 사과와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애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치솟은 사과 가격은 대체재인 귤, 배 등 다른 과일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급한 대로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수입 과일에 부과하던 관세를 면제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다.

이유가 있다. 자연재해 등으로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1년 전의 56만6000t에서 30% 감소한 39만4000t에 그쳤다. 절대적인 재배면적도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사과는 연평균 기온 8~11도, 생육기 평균기온 15~18도인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대구·경북 지역은 아직도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반도가 더워지면서 사과 재배 지도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의 사과 재배면적은 2만151㏊로 30년 전인 1993년(3만6021㏊) 대비 44% 감소했다. 대구도 같은 기간 447㏊에서 86㏊로 5분의 1토막이 났다. 반면 강원의 사과 재배면적은 30년 전보다 250%가량 늘었다. 50년 후면 일부 강원도 지역에서만 사과를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오렌지, 포도, 망고 등 30여개 과일이 수입되고 있지만 사과는 식물 위생·검역조치에 따라 수입이 힘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745달러에 달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이 쌀보다 많아진 부자나라다. 그런데도 대다수 서민들에게 사과가 ‘그림의 떡’이 되고 있으니 씁쓸할 따름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