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육아휴직, 여성에 국한된 정책일까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4-03-18 23:26:32 수정 : 2024-03-18 23:26: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 4명 중 1명 이상은 ‘아빠’다. 최근 몇 년 사이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율이 여성 육아휴직자 증가율을 크게 웃돈 결과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7616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는 지난해 3만5336명이 됐다.

그런데 육아휴직제도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의 소관 과는 ‘여성고용정책과’다. 지난달 발표된 육아휴직 통계 보도자료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던 이유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관심을 받고, 유급 ‘아빠 휴가’(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자는 총선 공약이 나오는 시대에 ‘육아휴직제도를 왜 ‘여성’고용정책과에서 다루는지’는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어쩌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출생이 그렇게 문제라고 하면서도 ‘육아휴직=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정부 부처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었다. 누군가는 중앙부처 조직도의 편제나 명칭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거꾸로 제도를 관할하는 부처부터 명칭을 바꾸려는 노력조차 안 하고 있다는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현재 편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한 제도다. 동시에 육아휴직의 역할이 세월을 거쳐오면서 크게 변화하기도 했다. 1988년 제도가 생길 때만 해도 여성만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고, 1995년 법이 개정되면서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시 육아휴직은 여성고용률을 높이는 일종의 수단에 불과했다”며 “저출생이 문제인 시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즉, 육아휴직 제도가 저출생의 해법이 아닌 남녀고용평등의 관점에서 필요했던 제도였다는 의미다.

제도의 탄생 배경이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현시점에서 육아휴직만큼 강력한 저출생 해법은 없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저출생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다는 점에도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한다고 하고, 여야 할 것 없이 저출생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18일 “저출생 위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까지의 사고방식과 틀에 갇힌 관성적인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원점에서 고민해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 문제가 커지고 대책도 쏟아지면서 덩달아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 업무도 불어나고 있다고 한다. 육아휴직에 더해 직장 내 성희롱, 고용평등 근로감독 등 업무까지 도맡고 있는 탓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 개 과에서 다 다루기에는 업무량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저출생 지원 정책으로 일·가정 병행과를 하나 더 만들어 분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국회가 앞다퉈 내놓는 정책들을 실현하는 데 최소 몇 개월이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직제 개편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지민 사회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