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에 주어진 책임에 조응하고, 다시 한번 겸허하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겠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17일 국립중앙의료원(NMC) 연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과 집단 사직을 시사한 전문의·교수들을 작심 비판했다.

주 원장은 “의사가 되기 위해 애써서 의과대학에 들어갔고, 수련 과정이 다른 어떤 직업보다 길고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의사가) 됐다고 보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 사회 또는 국가가 많은 지원을 해줘서 의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린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 직종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국가가 의사라는 직업에 공식적으로 면허를 부여한 것은 국가로부터 대단히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라면서 “국가적 책임을 다할 때 의미가 있는 면허고 그 무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속히 복귀하라”면서 “환자를 등지지 말고 환자 옆에서 문제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집단행동을 시사한 교수들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결국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우리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겠다는 얘기”라는 지적이다. 주 원장은 “의사 체계 안에서 가장 정점에 계신 분들이 사직하겠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절망스럽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해서 전공의와 정부가 원만히 문제를 풀 수 있게 도와줬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5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가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받을 시에는 전문의들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낸 것에 대해서는 “비이성적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전문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치고 진료과목에서 전문의 자격을 딴 의사로, 전공의들의 스승 격이다.

주 원장은 “전문의들이 전공의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다만, 집단행동을 옹호하는 태도는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어가는 데 절대로 적절하지 않다. 참담한 심정으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주 원장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 수준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은 필수의료의 핵심 기관인데 환자의 중증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 모두 소진돼가고 있어서 이 상황이 오래 간다면 이렇게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의료원 소속 전공의 71명 중 5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499개 병상 중 40%만이 가동 중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전문의 102명 중 과반수가 집단 사직에 동의했는데, 이들이 추가로 병원을 이탈할 경우 의료차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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