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좌절의 시대/장강명/ 문학동네/ 1만8000원
11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던 ‘저널리스트 출신 소설가’인 작가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일간지와 잡지에 발표한 글을 추려 묶었다. 저자는 책에 실린 글들을 “매사에 회의적인 사람이 점점 불확실해지는 시대 앞에서 던진 막연한 질문들”이라고 말한다.
글을 관통하는 생각이 ‘미세 좌절’이다. 작가가 새롭게 고안해낸 조어다. 국가가 장기 경제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기업은 여러 경영 방식을 택하지만, 정작 시민 개개인은 그러한 체계 속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실패를 겪는다. 이 만연한 실패의 감각을 저자는 ‘미세 좌절’이라고 명명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생 참 계획대로 안 되네”라고 할까. 시원하게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지만 그 원인을 명확히 짚어낼 수 없기에 더 무력감을 느낀다. “늘 비상인 세상.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힘겨워도 끊임없이 적응하는 시대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이런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를 4부에 걸쳐 들여다본다. 제1부에서는 주로 사회 분야 이슈를 다루고, 2부에선 한국의 정치 풍경을 뜯어보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3부에서는 ‘편의점 도시락’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주제를 풀어놓고, 4부에선 책과 영화 등 문화 미디어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리고 작가는 미세 좌절의 시대에 대체하는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는다. “쉽게 들뜨거나 비관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 거기에 차분한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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