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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전자화폐 시스템은 온라인을 통해 일대일로 직접 전달할 수 있다. 금융 기관은 필요치 않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라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10월 공개한 A4용지 9쪽 분량의 논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탈중앙화’한 암호화폐인데 중앙·시중 은행 등 3자의 중개 없이 개인 간 금융거래(P2P)의 새 장을 열었다. 여기에는 금융위기 때마다 돈을 무차별 찍어내는 정부와 중앙은행을 향한 반감과 불신이 깔려 있다.

비트코인은 법정통화와 달리 유통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는데 이미 1950만개가 채굴됐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0.0008달러로 첫 거래가 시작된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면서도 ‘디지털 금’ 위상과 대안 화폐 가능성을 보여 줬다. 2020년 6월 1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8개월 만에 4만, 5만달러를 차례로 넘어서더니 올 2월 말 6만달러, 지난 7일에는 7만달러도 뛰어넘었다. 국내에서는 어제 장중 한때 1억157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비트코인 광풍은 올 초 미 증권관리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허용한 데서 촉발됐다. 상장 승인 후 최근까지 1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한다. 영국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 기반 상장지수증권(ETN) 상장 가능성을 시사했고 홍콩 당국도 비트코인 ETF 상장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오는 4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주는 반감기도 호재로 작용했다. 사토시의 구상과는 달리 제도권 금융이 비트코인을 삼켜 버린 격인데 이런 역설이 또 없다.

얼마 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비트코인이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과 투자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비트코인이 거래 가능한 기초자산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화폐시장은 비트코인 등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급속히 팽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거대한 변화에 나 몰라라 하다가 큰 화를 당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이제 우리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흐름에 맞춰 관련 금융 제도와 법률을 서둘러 정비해야 할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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