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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20개 중 17개국 원전사용 지지율 더 높아”

입력 : 2024-03-10 21:00:00 수정 : 2024-03-10 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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贊 46%·反 28%… 韓, 45%가 지지

글로벌 에너지 리스크에… 친환경 중시 유럽서도 ‘가동 선호’

세계 주요국서 원전 찬성 여론

中 61% 지지율 최고… 佛도 50%
탈원전 내건 스웨덴선 정책 폐지
에너지 비용 절감 긍정 기술 부상
韓 82% 원전 발전 사용 유지 원해

2050년 세계 원전 발전 3배로 확대
韓선 계속운전 승인 등 없이 ‘뒷짐’

세계 주요국 국민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지 여론이 반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리스크가 커지면서 각국 전기요금이 상승한 탓이 크지만,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2개 주요국이 모여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20년의 3배로 늘리기로 뜻을 모으는 등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원전의 필요성 등이 부각한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 컨설팅 기업 ‘래디언트 에너지 그룹’이 지난해 10∼11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인도 등 세계 주요 20개국 국민 2만11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원전에 대한 지지율은 46%, 반대 비율은 28%로 집계됐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1·2호기 모습. 연합뉴스

20개 나라 중 일본, 브라질, 스페인 3국을 제외한 17개국에서 원전을 지지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가장 높은 원전 지지를 나타낸 국가는 중국(61%)이었고, 러시아(60%), UAE(60%), 인도(57%)도 지지 비율이 반대 비율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미국의 경우 46%가 원전 지지를 나타냈고, 25%가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친환경·탈탄소 정책을 중시하는 프랑스(50%), 독일(42%), 스웨덴(56%), 노르웨이(46%) 등 유럽 국가도 지지율이 절반을 넘거나 근접했다.

 

한국은 원전에 대해 45%가 지지한다고 응답했고, 28%가 반대했다.

 

청정에너지의 선호도에 대한 설문에서도 원전(25%)은 태양광발전(33%) 다음으로 높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래디언트그룹은 “이전에 원자력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한(한국의 탈원전 정책 등) 국가에서 원자력 비용이 풍력이나 태양광 비용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한국과 독일, 일본, 스웨덴을 언급했다.

 

설문 결과 이들 나라에서 원자력이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기술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향후 원자력 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원자력 발전을 계속 이어가자’는 응답자가 68%로 나타났다. ‘원전 단계 폐지’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한국은 응답자의 82%가 원자력 발전 사용 유지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 원전 3배 확대… 한국은 뒷짐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COP28의 선언 등으로 올해는 ‘원자력 산업의 전환점’에 비유된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게 문제다.

 

미국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 원전 산업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1월 기준 9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상업운전이 예정된 보글 4호기까지 더해지면 총 94기 원전에서 9만6952메가와트(㎿)의 전기가 생산된다. 이는 미국 전체 발전 총량 중 18.2%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의 가동 원전 93기 중 90%인 84기는 최초 설계수명 기간이 끝났어도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았다. 통상 30~40년인 원전의 설계수명이 끝나자마자 폐쇄한 경우는 없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에선 계속 운전 중인 원전은 전무하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수명이 10년 연장된 후 2017년 영구 폐쇄됐다. 월성 1호기는 2015년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았지만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9년 조기 폐쇄되기도 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의 담장 안으로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연합뉴스

유럽의 대표적인 원전 강국인 프랑스 역시 올 1월 기준 56기의 원전에서 6만137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 가운데 62.6%를 차지한다. 프랑스 역시 1630㎿의 플랑멍빌르 3호기를 건설 중이다. 또한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원자력 발전을 재개해 2022년 영업이익 적자를 이듬해 흑자로 바꿔놨다.

 

하지만 래디언트 설문에 참여한 프랑스 국민 84%는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 처리, 원전 시설 노후에 따른 안전 등에 대해 우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 관계자는 “프랑스의 경우 원전은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70%를 충당하는 등 주요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하지만, 최근 노후 원전이 늘어나면서 원전에 대한 지지는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또한 프랑스에는 영구적인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아직 없어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장기 관리 및 보관이 대중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최근 탈탄소화를 위해 원자력을 전략기술로 지정하는 탄소중립산업법(NZIA)에 최종 합의했다. 당초 EU 집행위가 발표한 NZIA 초안에서는 원자력이 전략적 탄소중립기술 목록에 들지 못해 지원범위가 한정됐지만, 이번 합의로 원자력은 신규 원전 건설 사업자에 대한 허가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EU 지원을 받게 된다.

사진=AP연합뉴스

◆스웨덴도 일본도 태세전환

 

한국처럼 한때 탈원전 정책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던 스웨덴의 사례도 참고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실제로 12기의 원자로 중 6기를 폐쇄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2023년 8월 43년 만에 탈원전 정책 폐지를 공식 선언하고, 2045년까지 신규 원전 10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스웨덴 74%, 벨기에 69%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오던 국가의 대중이 높은 비율로 원전 사용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거나 보류하는 등 해당 국가들의 정책 동향과도 일치한다”고 했다.

 

래디언트 조사에서 일본의 경우 원전에 반대(40%)한다는 여론이 찬성(29%)보다 높게 나타났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여파 때문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을 축소해 1월 기준 12기의 원전을 운용 중이다. 이는 전체 전력 생산 중 6.1%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 일본은 시마네 3호기, 오마 원전 등 2기를 건설하는 등 원전을 다시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AP뉴시스

또한 일본 핵폐기물관리기구(NUMO)는 지난달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 후보지 1단계 조사 보고서 초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향후 경제산업성 심의회가 NUMO의 보고서를 승인하면, NUMO가 2단계 조사 후보지를 선정한다.

 

주요 국가 중 가장 원전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중국은 1월 기준 55기 원전에서 5만3181㎿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전체 전력 생산의 5%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래디언트 그룹이 원전 가동국이거나 원전 가동 계획이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한 20개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각국에서 최소 1000명의 응답자를 확보했으며 연령, 성별, 지역에 따라 대표성을 갖도록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번 조사는 또 원자력에 대해 주요국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공개 국제 연구로 평가된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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