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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카이스트 졸업생에 녹색정의당 “尹, 오바마처럼 포용력 보여줄 타이밍 놓쳤다”

입력 : 2024-02-19 10:40:47 수정 : 2024-02-19 10: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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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 SBS 라디오서 “대전시당 차원 아닌 졸업생 개인의 행동”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서 尹에 항의하다 퇴장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열린 2024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석사 졸업생으로 알려진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등을 요구하며 소리치다가 대통령경호처 요원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비판 목소리를 내다 강제 퇴장당한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알려진 데 대해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가 19일 “포용력 높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줄 정치의 타이밍을 대통령께서 놓치신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민 개혁안 연설 현장에서 ‘대통령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민 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던 한 이민자 청년을 경호원들이 제지하자,“괜찮다”며 오히려 분위기를 진정시켰던 오바마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이 정치적 포용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김 대표는 학위수여식에서의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 행동은 시당 차원 계획이 아닌 카이스트 졸업생 개인으로서 이뤄졌다며 우선 밝히고, ‘경호 원칙에 따른 조치’라던 대통령실 입장에 “테러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받아쳤다.

 

이어진 ‘정치적 행사 자리가 아닌 대학 졸업식이고 축사를 하러 온 대통령에게 굳이 정치적 발언을 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 있다’던 진행자 말에는 “오바마 대통령도 청중이 이야기하니 ‘놔두라’고 얘기한다”며 “포용력 높은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는데, 정치의 타이밍을 오히려 역으로 대통령께서 놓치신 것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 대변인은 지난 16일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던 윤 대통령이 선 곳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하자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R&D 예산 복구하라, 부자 감세 철회하라’고도 외쳤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한 항의 메시지다. 사복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힌 채 끌려 나간 신 대변인은 이후 경찰에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과 규정,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이 의도적으로 경호 검색을 피해 천으로 된 정치 슬로건을 숨겨 현장에 들어왔고, 경호처의 구두 경고에도 불응했다는 설명이다.

 

논란 당사자인 신 대변인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신체적 제압이 있기 전 조용히 해달라는 구두 경고가 있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구두 경고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제가 일어나는 동시에 피켓을 빼앗기고 입을 막으려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행사장에서 분리조치 할 만큼의 위해를 가하는 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그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는지, 그 후에 별실로 이동시켜서 (밖으로) 못 나가게 했는데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입장 대기 시 금속 탐지와 소지품 검사를 받았고,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어떤 위해를 가하거나 행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신 대변인은 반박했다. 힘을 이용한 표현 제지는 오히려 극단적 공격 행동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다.

 

녹색정의당 대변인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언급한 ‘정치적 행동’ 지적에는 “개인적인 행동이고 졸업생 입장에서 평소 생각을 외쳤을 뿐”이라며, “아무리 졸업식이어도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헌법이 정한 시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장내 질서를 위한 거라도 그런 권리를 뛰어넘어서까지 제지를 받아야 한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고 신 대변인은 밝혔다.

 

신 대변인은 방송 말미 하고 싶은 말을 할 기회가 주어지자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연구실에서는 재료비와 운영비를 줄여서 연구 진행을 포기하든지, 인건비를 줄여 학생의 시간을 뺏는 선택지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집권 정당이 다른 이슈를 갖고 미루며 계속 해결이 되지 않다가 예산 삭감으로 이렇게 됐다”고 토로했다.

 

카이스트 동문 약 10명은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의 주인공인 졸업생의 입을 가차 없이 틀어막고 쫓아낸 윤석열 대통령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삭감된 R&D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은 19일 신 대변인 강제 퇴장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대전시청 앞에서 연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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