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등 이승만 생애 다뤄
美 ‘웡카’ 이어 박스오피스 2위
與 유인촌·한동훈 등 극장가 발길
尹도 “건국과정 진실 담아” 언급
기념관 건립 모금 100억 넘기도
“업적 재조명” “미화 짜깁기” 분분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람객 4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일 개봉한 이후 보름 만으로,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다큐멘터리 영화 중 흥행 6위에 해당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 15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지난 14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5만2158명이 관람해, 이날까지 누적 관람객 43만4310명을 기록했다. 한국 상업영화 선두인 ‘시민덕희’가 같은 날 1만8381명을 동원한 걸 고려하면 작지 않은 수치다. 전체 영화 흥행 순위로는 할리우드 영화 웡카에 이어 2위다.

관람객 추이를 고려하면 주말 6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60만 관객은 역대 국내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는 흥행 4위에 해당한다. 역대 국내 개봉 다큐멘터리 흥행 순위 1위는 2014년에 개봉해 480만3386명이 관람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2위 ‘워낭소리’(296만2897명), 3위 ‘노무현입니다’(185만5620명) 순이다.
‘건국전쟁’은 사진과 영상 자료, 주변 인물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독립운동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재임 기간 업적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 김덕영 감독이 만들었다. 영화 제작사 다큐스토리의 대표이기도 한 김 감독은 1950년대 동유럽 여러 나라로 보내졌던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2020)로 호평받은 바 있다.

‘건국전쟁’은 지난 1일 박스오피스 5위로 출발한 뒤 서서히 관객 수를 끌어올려 2위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의 지원을 받으면서 흥행이 시작됐다. 특히 여권 인사들이 영화 관람이 이어지면서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 나경원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극장을 찾아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중 참모들에게 ‘건국전쟁’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민국 건국 과정과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진실을 담아낸 작품”이라며 평가한 것까지 알려지면서 영화 관람 열기가 더 뜨거워지며 ‘관람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들의 영화 관람과 관련한 사진 및 글을 올리며 “‘건국전쟁’ 보기 릴레이가 대한민국 국무위원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보람을 느낀다. 그(한동훈 비대위원장)가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잘 모르겠다. ‘제가 영화에 나오던데요’라고 첫마디를 던지는 모습에서 한동훈 특유의 솔직함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그가 잘되길 바란다” 등 소감을 전했다.
연예계에서도 가수 나얼이 지난 12일 SNS에 ‘건국전쟁’ 포스터와 성경 사진을 함께 올리며 영화 관람을 인증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가수 강원래는 지난 9일 SNS를 통해 “‘건국전쟁’ 송이가 보자고 함. 하필이면 휠체어 못 들어감. 혼자 차에서 두 시간. 함께하지 못함. 몸도 마음도 추운 날”이라는 글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하지 못했다는 영상을 올렸다.

여기에 개신교를 중심으로 종교계도 영화 관람 열풍에 가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교회 인근의 상영관을 대관해 지난 13일 교역자와 신도 등 1500여명이 관람했고 16일까지 4000여명이 볼 예정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김 감독의 무대 인사가 예정된 16일에 관람할 예정이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을 지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도 지난 13일 성도 등 60명과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이제는 입소문을 타면서 ‘건국전쟁’에 대해 정치색이 옅은 대중까지도 관심도가 넓어지고 있다. 관객 사이에선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긍정적 측면만 짜깁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승만기념관 건립에도 탄력이 붙는 등 흥행 효과는 작지 않다.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모금 운동을 시작한 후 14일까지 5만8700여명의 후원자가 기념관 건립을 위해 총 100억4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국전쟁’ 흥행 현상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입소문을 타면서 대중의 관심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람객 연령층이 50∼60대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영화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보인다”며 “그럼에도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