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59세 국내 최고령 코끼리 영원히 잠들다

입력 : 2024-02-16 06:00:00 수정 : 2024-02-16 00:22:07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서울대공원 ‘사쿠라’ 노령 자연사
日서커스단서 2003년 국내 반입
사람으로 치면 90세 넘는 ‘장수’

40년 가까이 일본 서커스단에서 공연하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던 59세 국내 최고령 코끼리 ‘사쿠라’(사진)가 노령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쿠라는 사람으로 치면 90세를 한참 넘는 나이로 장수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공원은 병에 걸려 치료받던 아시아코끼리 암컷 사쿠라가 13일 숨을 거뒀다고 15일 밝혔다.

사쿠라는 1965년 2월 태국에서 태어나 7개월 만에 일본으로 옮겨져 다카라즈카 패밀리랜드에서 서커스 공연을 했다. 2003년 패밀리랜드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같은 해 5월 서울대공원으로 반입됐다.

사쿠라는 서울대공원에 터를 잡고 나서야 동료 코끼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서커스단에서 일한 사쿠라는 다른 코끼리와 무리 생활을 겪지 못했다. 이 탓에 사회성이 부족해 서울대공원에 온 뒤에도 15년간 단독생활을 했다.

사육사들은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합사 훈련을 진행했고, 사쿠라는 마침내 키마·수겔라·희망이 등 코끼리 3마리와 무리를 이뤄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야생에서 코끼리는 암컷 우두머리가 이끄는 무리 생활을 한다. 수컷 코끼리만이 성장한 뒤 독립해 나와 홀로 산다.

사쿠라는 건강히 지내다 2019년 4월 발톱에 염증이 생기는 조갑염에 걸렸다. 조갑염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생긴 상처가 감염돼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코끼리 발은 평균 3∼4t의 체중을 지탱해야 해 병에 걸리는 일이 잦다.

당시 고비를 넘긴 사쿠라는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복부에 물이 차고 생식기 피하부종이 악화했다. 사육사들은 사쿠라가 좋아하는 대나무와 과일을 주며 식욕 회복과 치료에 집중했으나 사쿠라는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서울대공원은 사쿠라와 함께 지내던 3마리의 코끼리가 충격을 덜 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코끼리 전담반 사육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온 사쿠라가 서울대공원에서 가족을 만나 노년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고 국내 최고령 코끼리로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관람객에게 희망을 줬다”며 “몸이 아파도 훈련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따라 준 사쿠라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쿠라는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로 관심을 끌면서 아동 논픽션 도서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2007년 재일교포 아동문학가 김황씨가 ‘코끼리 사쿠라’(부제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사쿠라가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넘어온 과정과 한국 생활, 사쿠라를 돌본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코끼리 사육사, 코끼리에 얽힌 한·일 양국의 역사를 담았다. 일본의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제1회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