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폄훼·왜곡 바로잡기 시급
우리 근현대사에서 이승만 대통령만큼 저평가된 지도자는 드물다. 심지어 문재인정부의 KBS는 평생을 독립운동에 몰두해온 이 대통령을 ‘친일파’로까지 매도했었다. 진실은 1920년대 초 이승만의 활동으로 곤란해진 일본이 현상금 30만달러까지 걸고 그를 체포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친일파라면 오히려 일본이 더 그의 활동을 지원했어야 옳지 않은가.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남북분단의 책임을 지워 6·25동란의 책임을 물었고, 한강대교를 끊어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비겁한 지도자였으며, 나아가 3·15 부정선거로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려 한 독재자였다고 비난해 왔다. 가장 극단적 시도는 민족문제연구소가 RTV라는 시민단체와 함께 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 배포한 ‘백년전쟁: 두 얼굴의 이승만’이라는 동영상이었다. ‘당신이 알지 못했던 이승만’이라는 부제를 달아 배우 권해효의 내레이션으로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이 동영상에서 이승만은 백인여성들과 놀러다니며 미주동포들이 모금해준 독립자금을 흥청망청 쓴 카사노바였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협력한 ‘콜라보’였다고 주장했었다. 이 조작된 동영상이 이승만에 대한 진실로 둔갑해 지금까지 유튜브를 통해 반복적으로 시청되었고, 일부 좌파역사학자들의 의도적 폄훼로 국민 대부분이 이 대통령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상영은 이 대통령에 대한 조작된 이미지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영어 제목은 “The Birth of Korea”인데 한글 제목은 ‘건국전쟁’으로 붙인 이유도 짐작컨대 ‘백년전쟁’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함일 것이다. 감독 김덕영은 제작 과정에서 스스로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고, 이 대통령의 희생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인데도 누적 관람객 43만명을 넘어 개봉된 영화 중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건국기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알지 못했던 국민의 목마름이 컸었는가를 능히 짐작케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고, 상영 후에는 모든 영화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귀가 후에는 자식과 조카들에게 관람을 권고한다.
필자는 수년 전 ‘백년전쟁’으로 조작된 이승만, 박정희 두 전 대통령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어 민족문제연구소가 왜곡시킨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을 출간했었다. 그때 이 대통령과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백년전쟁’과 민족문제연구소의 만행에 분노했었다. 적어도 학자라면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동영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들은 증거를 오해하거나 조작했으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건국전쟁’은 작은 거인 이승만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엄하고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술수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대한민국을 건국한 과정과 6·25동란을 겪으면서도 강대국인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상하기 힘든 협박(?)까지 해가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끌어낸 초인적 결단과 불굴의 의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80대가 되었어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못하고 정치꾼들에 둘러싸여 이용당한 노 정치인의 고뇌와 4·19혁명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들에게 한없는 용서를 빌며 즉각적인 하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건국의 아버지 모습을 사실 그대로 보여준다. 신생독립국의 권력자였지만 개인적인 착복 없이 그가 만든 대한민국을 그리워하며 검소하게 살다가 떠난 민족지도자의 애절한 모습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남긴 많은 댓글 중 가장 공감한 부분은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역사는 쓰레기였다”라는 반성이다. ‘건국전쟁’을 계기로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건국기 정치지도자의 고뇌와 희생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유사한 영화도 곧 출시된다고 한다. 더 많은 젊은 세대가 이를 관람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기에 대한 더 많은 자료가 제시되어 이 대통령을 바르게 판단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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