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간판 바꿔 주세요!”
지난해 여름, 전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약’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음식점 간판을 바꿔 달라며 상인들에게 전달한 손편지가 화제가 되었다. 마약이라는 말을 쉽게 생각하거나 마약 간판을 보고 외국인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약’이라는 용어 대신 ‘소문난’, ‘꿀맛’ 등의 다양한 대안도 제시하였다. 학생들의 진심에 감동한 인근 상인들이 화답하면서 ‘마약 ○○’ 간판은 ‘원조 ○○’ 간판으로 바뀌었다. 작은 손편지 하나가 일으킨 놀라운 변화였다.

사실 ‘마약 김밥’이나 ‘마약 떡볶이’라는 간판을 읽으며 실제 마약이 들었다고 믿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중독될 만큼 음식이 맛있다’라는 은유적 표현이지만, 초등학생들이 앞장서 마약이라는 용어 사용에 주의를 촉구할 만큼 마약은 우리 일상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는 지금은 마약 소비국이 되었다. 강남 학원가에서 음료수 시음 행사를 가장하여 마약이 든 음료를 나눠 주는 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마약을 팔다가 적발된 청소년들의 기사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누구나 사용하는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적발되는 마약사범의 수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약’이란 용어가 음식명이나 식품 광고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마약을 친숙한 이미지로 받아들여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낮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마약 확산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국회와 함께 ‘마약’ 용어를 제품명이나 음식점 명칭 등에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였다. 일상에서 ‘마약’ 용어가 긍정적·친화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마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다.
해당 법률에는 표시, 광고 등의 변경으로 영업자들에게 발생할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여 식품진흥기금으로 간판, 메뉴판 등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오는 7월부터 법률이 시행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마약 용어 사용 근절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마약 용어 사용 금지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한편 새롭게 문을 여는 업소의 명칭이나 제품명에는 마약 용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이미 운영 중인 음식점은 직접 방문해 업소명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적극 계도하고 있다.
곧 시행될 이 법이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울타리로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는 ‘마약’이란 용어가 더 이상 식품 등의 마케팅에 사용되지 않도록 영업자들,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
마부위침(磨斧爲針)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다. 초등학생들의 정성이 음식점 이름을 바꾸었듯이 우리 모두의 바람과 노력이 모여 사회 곳곳에 뿌리 박힌 마약을 근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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