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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우 효과’는 선두 현대건설도 집어삼켰다...흥국생명, 선두 역전에 승점 3 남았다

입력 : 2024-02-12 17:54:14 수정 : 2024-02-12 17: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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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포츠는 분위기나 흐름에 따라 기량 차이도 뒤엎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선수들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게 기량이긴 하지만, 그가 팀 분위기를 저해한다면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프로배구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흥국생명은 2년째 외국인 선수로 뛰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퇴출시켰다. 대신 데려온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좌완투수인 랜디 존슨의 딸 윌로우 존슨이다.

냉정히 놓고 말해서 선수 개인의 기량 자체는 옐레나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신장도 196cm의 옐레나가 191cm의 윌로우보다 더 크고, 힘도 더 좋다. 공격 테크닉 역시도 옐레나가 한 수 위다. 윌로우가 나은 부분이 있다면 아포짓 스파이커를 수행하기에 더 유리한 왼손잡이라는 것 정도다.

 

하지만 배구는 개인 운동이 아닌 팀 운동이다. 두 선수 중 누가 흥국생명의 경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느냐를 놓고 보면 윌로우가 한 수, 아니 두세 수는 위로 봐야할 것 같다.

 

윌로우 영입 후 흥국생명은 5라운드에서 도로공사와 GS칼텍스, 정관장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뒀다. 9세트를 따내는 동안 내준 세트는 단 1개(정관장)에 불과할 정도로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옐레나와 함께 했던 4라운드 막판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상승세는 선두 경쟁 중인 현대건설을 만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윌로우 영입으로 인한 팀 분위기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아직 1위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흥국생명은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 김연경(16점)과 레이나(11점), 윌로우(14점)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세트 스코어 3-0(25-14 25-18 25-20)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을 챙긴 흥국생명은 승점 59(22승6패)로 승점 62의 현대건설(21승7패)과의 승점 차를 3으로 줄였다. 한 때 9까지 벌어졌던 승점 차가 3까지 줄어들면서 흥국생명은 역전도 가능한 위치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다.

 

흥국생명의 경기 플랜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9일 GS칼텍스전 2세트에 어깨 부상으로 빠졌던 위파이(태국)가 이날도 뛰지 못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를 정지윤, 김주향으로 구성했다. 두 선수는 서브 리시브보다는 공격력이 돋보이는 아웃사이드 히터들. 흥국생명 서버들은 1세트부터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1세트에 정지윤은 5개의 서브 중 1개의 리시브만 세터에게 정확하게 연결했고, 김주향은 10개의 서브를 받아 3개를 연결하긴 했지만, 2개의 서브에이스를 허용했다. 서브의 대부분을 받아야 하는 두 선수의 합친 리시브효율이 10%대에 머물면서 현대건설은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반면 흥국생명은 모든 게 원활하게 돌아갔다. 윌로우를 영입하긴 했어도 흥국생명 공격의 중심은 김연경과 레이나로 이어지는 아웃사이드 히터들이다. 게다가 윌로우가 영입된 이후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블로커들은 덮어놓고 김연경과 레이나만 견제할 수 없다. 이는 세 선수가 모두 공격에서 상대의 블로커들은 최소 0.5명은 떼놓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1세트를 너무나 맥없이 내준 현대건설은 2세트 들어 리시브 안정을 위해 김주향을 빼고 리시브 능력이 더 나은 고예림을 투입해봤지만, 고예림도 흥국생명 선수들의 엔드라인을 겨냥해 밀어때리는 듯한 서브에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며 2세트 리시브 효율이 20%에 불과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1세트에 2득점으로 잠잠했던 윌로우가 2세트에는 6점으로 공격력을 되찾고, 김연경이 여전히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주면서 2세트도 손쉽게 가져갔다.

3세트 들어 현대건설의 경기력이 한결 나아지면서 세트 중반까지 접전 양상으로 치러졌지만, 이날은 확실히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예전보다 나았고 현대건설은 평소보다 못했다. 18-16에서 레이나가 본인의 흔들린 리시브에 의한 오픈 공격을 직접 현대건설 코트에 내리 꽂았고, 이어 김연경의 서브득점까지 터져나오며 20-16까지 달아났다. 21-19에서 긴 랠리 속에서 김연경이 양효진의 블로킹을 피해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뒤 이주아의 서브득점이 터져나오며 23-19로 점수차를 벌렸다. 24-20에서 김연경의 마지막 퀵오픈이 상대 블로커를 맞고 코트밖으로 나가며 승부를 끝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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