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가 반갑지만은 않은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탓이다. “취직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아이 소식은 언제 들려줄 거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같은 춘제(春節·설)를 보내는 중국의 젊은이들도 똑같이 격는 괴로움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는 친지의 이러한 힘겨운 지룬에 대응하는 인공지능(AI) 챗봇 게임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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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이 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에서 선보인 ‘엄청난 결전 : 새해 모임(Epic Showdown: New Year Reunion)’ 게임은 접속 폭주에 서버가 다운되기 전까지 일주일 만에 300만명 이상이 다운받았다. 몇몇 학생들이 24시간 만에 개발해 낸 이 게임은 다양한 성격의 친척 아주머니 및 아저씨 8명과 대화를 단계적으로 통과한 후에야 '최종 레벨'인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이머가 레벨별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친척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잘 답해야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친척들은 게이머의 결혼이나 취업이 만족스럽게 여겨지지 않거나, 답변이 무례할 경우 “너는 이기적이야”, “너는 불효자야”, “너는 가족들을 실망시켰어” 등의 반응을 내놓는다.
AFP는 “춘제를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이 저녁 식탁에서 말 많은 친척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해당 게임을 내려받았다”고 전했다. 개발자 중 한명인 왕쯔웨(21)씨는 “처음에는 모두가 친척들을 모욕주기 위한 게임으로 여겼지만 나중에는 사랑하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하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방법을 찾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게임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AFP는 “어떤 이들은 실제 가족 모임에서는 하지 못할 솔직한 말들을 해당 게임을 통해 분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며 해당 게임을 통해 억눌렸던 불만을 표출하고 난 후 집에 가면 가족과 좀 더 쉽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게이머는 가상 대화를 통해 이제는 대화할 수 없는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울컥했다는 반응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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