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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중 허락없이 파낸 조상묘, 시신 없다면…유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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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9 17:47:24 수정 : 2024-02-09 19: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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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밑 나온 판결… 항소심서 무죄

문중의 허락없이 파낸 조상묘에 시신이 없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울산지법 제1형사부는 분묘발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2021년 2월쯤 울산 울주군의 한 산에 길을 내려고 하는 B씨의 요청으로 자신이 속한 문중 종손의 조상묘를 파내도 좋다는 ‘파묘동의서’를 써줬다. B씨는 같은 달 20일 이 무덤을 파헤쳤다. 있던 무덤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늘 있던 무덤이 없어지자 동네에 60년 넘게 살고 있는 주민이 알아챘고, 종손에게 알리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해당 무덤이 누구의 묘인지 알 수 없고, ‘가묘(임시묘)’다”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문중이 관리하는 조상묘인 줄 알았다고 봤다. 또 해당 조상묘는 190년 이상 돼 유골 등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들어 조상묘가 맞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무덤은 내부에 시신이 안장되지 않은 ‘가묘’여서 조상 무덤을 파낸 ‘분묘발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은 진짜 조상묘로, 항소심은 가묘로 판단한 것이다.

 

19년 경력을 가진 파묘 전문가의 “가묘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진술이 주된 근거가 됐다. 이 전문가는 법정에서 “관을 넣는 자리엔 부드러운 흙(황토)으로 채워넣는데, 황토는 시체나 관이 썩으면 검게 바뀐다. 200년이 넘은 무덤도 파면 검게 나온다”라고 했다. 해당 무덤은 시신의 흔적이 전혀 없고 바위나 큰 돌이 바로 발견됐다. 이는 무덤을 파낸 뒤 상태 등을 촬영한 영상, 사진에서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파헤쳐진 무덤의 주인이 해당 문중의 조상인지도 알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문중 족보에 적힌 조상묘의 위치가 파헤쳐진 무덤 위치와 일치하는지 확인되지 않고, 무덤에 묘 주인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없어 문중 조상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문중 종손이 ‘누구 묘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진술도 여러 번 바뀌어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상묘와 관련된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묘 이장 합의금 등을 두고 민사소송을 벌이거나 가족들끼리 무덤 처리를 두고 법정공방을 하기도 한다. 

 

A씨 사례처럼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모의 묘를 훼손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이모(85)씨 등 4명은 최근 기소유예 처분됐다. 죄는 인정되지만 피해자와 합의, 반성 정도 등을 감안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2022년 5월29일 경북 봉화군의 이 대표 부모 묘소 봉분 주변에 구멍을 내고 한자로 ‘생명기(生命氣)’라고 적은 돌 6개를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를 도우려 한 일”이라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전남 보성군에 산을 소유하고 있던 50대는 자신의 산에 있는 5촌 당숙 묘를 파내 화장했다가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분묘발굴죄는 829건 발생했고, 이 중 254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국내 법정은 분묘 관련 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형법 160조는 분묘를 발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유사한 유형의 범죄인 ‘사체오욕죄’나 ‘미허가 분묘개장죄’에 벌금형이 규정돼 있는 것과 다르다. 자신의 땅에 승낙 없이 묘가 설치됐더라도 해당 묘를 파내려면 장사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묘를 파헤치기 전 3개월 이상 기간을 정해 해당 묘를 설치한 사람 또는 연고자에게 알려야 한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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