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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마크 맨슨 여행기에 지적
공감대가 작지 않다는 건 슬픈 일
여러 원인으로 ‘마음의 병’ 깊어가
가족·친구 등과 관계 회복이 중요

해가 바뀌고 달력 첫 장을 넘겼다. 시끌벅적했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은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 해명을 했는데, 그래서 파장이 사그라질까? 명절 밥상 민심이 궁금해진다. 정치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으로 옥신각신이다. 하루가 멀다고 북한은 미사일 도발에 여념이 없다. 여차하면 전쟁이라도 벌일 기세다. 와중에 가족이나 친구 등과 좀 더 행복한 관계 설정을 해야겠다는 새해 다짐은 금세 길을 잃는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소식도 접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튜버인 마크 맨슨이 올린 한국 여행기를 통해서다. 그는 영상에서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과 정신건강 문제 등을 짚었다. 한국의 케이팝 스타나 운동선수들이 치열한 경쟁과 압박을 이겨내고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면서도, 승자만 우대하며 패자에게는 실패의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컸다고 지적했다. 가족과 공동체가 중시되는 유교 문화가 사회적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기보다 우울한 개인을 양산하고, 여기에 물질만능주의로 한국인은 늘 열패감(劣敗感)에 시달린다는 말도 덧붙인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건 슬픈 일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여러 원인이 제기될 수 있다. 맨슨이 거론한 승자독식과 유교 문화, 물질만능주의뿐만 아니다. 경제적 불균형과 양극화된 노동시장, 과도한 과시와 경쟁은 극단적인 개인주의 풍조를 확산시킨다. 여성들에겐 낮은 경제활동참여율과 ‘독박 육아’ 문제가 고민을 안겨준다. 정치권의 갈라치기와 팬덤 문화가 더해지며 한국인의 우울증은 이제 치유가 힘든 중증으로 악화됐다.

이건 어떤가. 얼마 전 말로만 들었던 ‘소아과 오픈런’을 마주했다. 집사람이 콧물감기에 걸린 8개월짜리 손주를 데리고 한나절 이상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끝내 헛걸음했다. 소아과 병원이 워낙 적은 데다 독감 환자까지 넘치다 보니 병원 진료 시작과 함께 10분 만에 예약이 마감된다는 얘기는 뒤늦게 이웃에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병원 예약을 위해 가족이 총동원됐다. 각자 휴대전화를 들고서 말이다. 소아과 병원 예약이 흡사 골프장 주말 부킹을 방불케 할 정도라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소위 ‘돈 되는’ 곳으로만 의사들이 몰린 의료계 현실이, 의대 증원과 관련한 의사들 반발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산후조리원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산모 10명 중 8명은 아기 낳고 곧장 산후조리원으로 향한다. 평판 좋은 산후조리원은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예약부터 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산후조리원 예약은 하늘에 별따기다. 2주 입원에 2000만~3000만원대 고급 호텔 뺨치는 곳도 문전성시란다. 얼마나 유명했으면 미국의 언론사 기자가 직접 아이 출산을 위해 서울 강남의 고급 산후조리원에 2주간 입소해 체험담을 소개했을까. 해당 기자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산후조리원에 드는 돈은 아주 적다”고 했다. 그러고는 “이는 한국의 출산율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결국 출산율 저하가 고비용 때문이라는 것 아닌가. 우울증이 도지는 느낌이다. 이러니 젊은이들이 결혼이란 장벽을 넘을 엄두를 낼 수 있겠나. ‘마음의 병’이 깊어가는 건 당연하다. 병무청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최근 5년간 전체 신검 대상자가 주는데도 정신건강 문제로 현역 면제 판정을 받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걱정이다.

한국인이 지닌 회복 탄력성을 믿는다는 덕담으로 유튜브 영상을 마무리한 맨슨의 선의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당장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꼬리표를 떼긴 쉽지 않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패자가 부활할 수 있는 사회구조 등이 전제돼야 한다. 누굴 탓할 것도 없다. 오랫동안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요인을 연구한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올 설에는 사소한 다툼과 오해로 인한 가족·친구들과의 불편한 관계부터 회복하면 어떨까 싶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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