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 개정·양형기준 상향 필요”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기술 유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도체 분야로 확인되면서 ‘K반도체’가 산업기술 해외 유출의 핵심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국가핵심기술’ 등 전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은 23건으로, 전년보다 3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한다.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조선·원자력 등 분야의 70여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체 산업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96건이다. 2019년 14건,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히 적발 사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메모리 등 반도체 분야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2019년 전체 적발 건수 14건 중 반도체는 3건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23건의 절반 이상인 15건이 반도체 분야였다. 지난해 반도체 분야 기술 해외 유출 건수는 산업부가 관련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최고치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피해 비중이 대체로 비슷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으로 일부 디스플레이 제품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반도체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법원 양형 기준 상향 등을 통해 주요 산업기술 해외 유출을 강력히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는 기업이 스스로 신청하지 않아도 정부 판단에 따라 특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판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판정 명령’제도가 담겼다. 해외 기술 유출 처벌 대상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바꾸는 내용도 들어갔다. 현 대법원 판례는 국가핵심기술을 고의로 빼내 해외로 건네도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고의로 빼내 간 것만 입증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