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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희, 20년간 무대서 화려한 몸짓… 앞으론 교단서 다시 날갯짓

입력 : 2024-02-04 21:00:14 수정 : 2024-02-04 2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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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간판 손유희 고별 무대

8살에 시작해 러시아·프랑스서 유학
“발레 없는 인생은 생각해본 적 없어”
창단 40돌 개막작 ‘코리아 이모션 정’
16∼18일 공연 뒤 선화예중서 새 삶
“팬들에 받은 은혜 후배에 나눠줄 것”

“은퇴를 생각하니까 (발레와 함께 살아온) 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고요. 하지만 (무용수로) 후회 없이 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지 않아 은퇴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간판 수석무용수 중 한 명인 손유희(40)가 정든 무대를 떠나 지도자로 교단에 선다. 2004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지 20년이 되는 올해 선화예술중학교 무용 교사로 임용돼 3학년 실기 담임을 맡게 된 것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40주년 개막작으로 오는 16~18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코리아 이모션 정(情)’은 그의 고별 무대다.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지 20년인 올해 무대에서 내려와 교단에 서게 된 손유희는 “언젠가 지도자로서의 길을 가고 싶었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은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고별 무대가 될 ‘코리아 이모션 정’ 작품 중 하나인 ‘미리내길’의 과거 공연 장면. 손유희가 남편 이현준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춤을 추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손유희는 지난 2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무용수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보니 은퇴 시기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며 “언젠가 지도자로서의 길을 가고 싶었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신속한 결단에 남편이자 동료 수석무용수인 이현준(39)이 더 힘들어했다고 한다. 오랜 고관절 통증을 참아가면서 지독하게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혼신을 다하는 손유희의 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자기 제가 먼저 무대에서 내려올 거란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고관절 상태도 많이 좋아져서 2년은 더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데 당장 관두면 후회하지 않겠냐는 뜻이었죠. (남편도) 결국은 제 판단을 존중해줬습니다.(웃음)”

두 사람은 이현준이 200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들어오면서 선후배로 만나 인연을 맺은 뒤 2012년 결혼했다. 이듬해 미국 털사발레단에 함께 입단해 수석무용수 등으로 5년간 활동하고 돌아왔다.

8살 때 발레를 시작한 손유희는 예원(중)학교 1학년 때 유학을 떠나 러시아와 프랑스의 명문 발레학교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활동한 경험과 국내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막연하게 ‘은퇴하면 프로 무용수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이렇게 학생들을 맡게 될 줄은 몰랐는데 되게 큰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이어 “발레단 무대에선 내려오지만 발레가 없는 인생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발레와의 인연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발레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으로는 발레 ‘오네긴’(존 크랑코 안무)과 ‘코리아 이모션 정’ 속 ‘미리내길’을 우선 꼽았다. “무대에 설 기회와 좋은 작품·역할이 많아 실컷 춤을 추던 털사발레단 시절, ‘오네긴’의 타티아나를 맡으면서 저의 춤에 대한 확신과 자존감이 생겼습니다. ‘미리내길’(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애절하게 표현한 남녀 2인무)은 사람들이 많이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손유희는 “늘 뒤에서 응원해주신 마음과 표현들을 잊을 수 없다. 평생 감사한 마음”이라며 “팬분들께 받은 은혜를 후배들에게 사랑으로 나눠주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코리아 이모션 정’은 국악 크로스오버(넘나들기) 음악에 맞춘 발레 작품을 묶은 것으로 한국적인 발레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2021년 초연 때는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에서 발췌한 ‘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를 발레로 만들었다.

올해는 이 4개 작품에 국악 연주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동해 랩소디’, ‘찬비가’, ‘달빛 유희’, 독일 재즈밴드 살타첼로의 ‘다솜Ⅰ’, ‘다솜Ⅱ’의 음악을 발레로 만든 작품 5개를 더했다. 공연 시간은 65분 정도다. 손유희는 남편 이현준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줄 ‘미리내길’ 외에 ‘동해 랩소디’, ‘달빛 유희’, ‘강원, 정선아리랑 2014’로 고별무대를 장식한다. 지난해 발레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강미선(수석무용수)과 부상 회복 후 돌아온 임선우(드미 솔리스트) 등의 무대도 기대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코리아 이모션 정’은 그간 선보였던 ‘심청’, ‘발레 춘향’과는 다른 결의 한국적인 작품”이라며 “우리 선율과 몸짓이 발레 언어와 농밀한 조화를 이루도록 발레단의 창작 역량이 모인 작품이라 40주년 시즌 개막작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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