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치적 호소’ 2심 판단 수긍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만 유죄 확정
특정 후보 지지를 위한 서명부에 가짜 이름을 써넣더라도 사문서위조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받은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4일 확정했다.

국민의힘 당원인 김씨는 2022년 2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서명운동을 벌이며 서명부에 가짜 이름을 적어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름과 회사란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315명을 적는 방식으로 총 21장의 서명부를 만들었다. 김씨는 다른 당원들과 함께 1만명의 지지 서명을 모아 발표하려 했지만, 목표에 달성하지 못해 이 서명부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선거기간 정치적 목적의 서명 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1심과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 부분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랐다. 1심 법원은 김씨의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서명부의 기재 내용과 사용 목적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서명부는 의미 있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작성한 서명부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구호나 지지 호소가 담긴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뿐 어떠한 권리·의무의 변동이나 법률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항 등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례는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문서가 특정한 권리나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거나, 거래상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제가 된 대통령 후보 지지 서명부에 이런 내용이 없고, 설령 허위로 만들었더라도 사문서위조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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