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사형수에게 질소 가스를 마시게 해 사형을 집행하기로 한 미국 앨라배마주의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앨라배마 사법 당국이 25일(현지시각)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58)에게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사형수에게 마스크를 씌운 뒤 질소 가스를 주입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하는 방식이다. 유럽 등에서 안락사에 사용된 적 있으나 사형 집행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스미스의 변호인은 주 사법 당국이 그를 ‘실험 쥐’ 삼아 검증되지 않은 사형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며 집행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질소 투입 과정에서 사형수가 자신의 토사물에 질식하는 등 지나치게 고통스러운 죽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과 하급 항소법원이 이를 모두 기각하면서 집행 당일 법원이나 주 정부의 개입이 있지 않은 한 사형은 이날 오후 6시쯤 집행될 예정이다. 스미스 측은 연방 항소법원에도 질소 가스 사형 집행을 막아 달라고 별도 요청한 상태다.
스미스는 1988년 한 목사에게 1000달러를 받고 그의 부인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1996년 사형이 확정됐다. 그는 1년여 전 통상적인 약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될 예정이었으나, 당일 주사를 위한 맥이 잡히지 않아 집행이 미뤄졌다. 주 사법 당국은 재집행을 결정하면서 약물이 아닌 질소 가스 주입 방식을 택했다.
앨라배마 사법 당국은 질소 가스를 통한 사형이 정맥 주사보다 고통이 적으며 더 인도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엔 인권사무소는 질소 가스 사형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바티칸의 가톨릭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는 “질소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 차원에서 앨라배마 보이콧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미 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가스를 통한 사형은 1999년을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집행된 적이 없다. 당시에는 가스실에 맹독성 가스인 사이안화수소를 집어넣어 질식사를 유발했는데, 이 방식이 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학살한 방법과 동일하다는 비판이 일면서 자취를 감췄다. 2021년 일부 주에서 교도소 가스실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당시 실제 집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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