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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환자 볼모 ‘단체행동’ 위협한 의사단체…정부 “엄단”

입력 : 2024-01-23 18:07:12 수정 : 2024-01-23 21: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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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86% “의대 증원 시 집단행동”

‘빅5 병원’ 2곳 포함 4200명 설문
전체 28% 그쳐 정부 압박용 관측
명분 적어 파업 땐 여론악화 전망
의협 “협상 과정 보고 대응 논의”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이어 전공의단체도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소속 회원 86%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의료현장 혼란이 불가피한데도 국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파업을 협상 수단으로 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복도에서 관계자가 의협의 주장이 담긴 벽보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는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 증원 등 의료 체계를 손볼 때마다 이해 당사자인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보건복지부는 23일 “대전협에서 공개한 전공의들의 단체 행동 참여 여부 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전날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전공의가 86%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공의는 의사면허를 받은 뒤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다. 대형병원 응급실·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필수의료 분야 핵심 인력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파급력이 크다.

 

복지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간호사 등 여러 보건의료직역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전공의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대 증원을 반대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수련병원 55곳에서 일하는 전공의 4200여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지난 21일 기준 응답자의 86%가 단체행동 시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병원 중 500병상 이상 병원은 27곳이었고,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로 불리는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2곳도 포함됐다.

 

의사 단체 행동의 주요 동력인 전공의들이 먼저 나서자 의협도 정부 협상 과정을 보고 대응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의협은 지난달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는데 투표 결과를 발표하진 않았다. 의협 관계자는 “파업은 정당한 권리”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단체행동 투표를 정부 압박용으로 보고 있다. 대전협 설문조사의 경우 전공의 1만5000여명 중 4200여명만이 참여한 데다 공식 조사가 아닌 일부 수련병원 자체조사여서다. 대전협은 정확한 응답자 수와 질문지, 선택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설문조사 참여 비율이 전체 전공의 수에 비해 28%, 전체 수련병원 200곳 중에서도 27.5%에 불과하다”며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대전협이 단체행동 참여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5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주도했던 전공의가 이번에도 여지를 보이자 의사들 파업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들이 유불리에 따라 파업에 나서 정부 정책을 무산시킨 전력도 여러 차례다.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 증원 등이 논의됐을 때도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서며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의약분업 도입 당시 의사들은 몇 달간 파업을 반복했고 어렵사리 의약분업이 시행됐으나 정부는 의대 정원 10%(351명)를 줄이는 등 당근책을 병행했다. 14년 뒤 의사들은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해 또 병원 문을 닫았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며 의정은 추가로 논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2020년에도 코로나 대응으로 여력이 없는 정부와 국민을 압박하며 의사들은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막기 위해 집단행동을 벌였다. 결국 정부 정책을 좌초시켰다.

 

이번에도 의사들은 단체행동을 거론하지만 실제 행동에 나설 경우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화하면서 의사 부족 문제가 공감을 얻고 있고 여론이 의대 증원에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수술실·응급실 주요 인력인 전공의들 파업에 과거엔 정부가 힘을 못 썼다”면서도 “지금은 단체행동할 명분이 없고 국민들이 의대 증원을 지지하고 있어서 정부가 겁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당사자들이 미래에 각자의 파이가 줄어들 것을 경계해 반발하는 건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지적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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