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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60%가 ‘주담대’… “부동산 경기부양책 지양해야” [심층기획-'저성장의 늪' 기로에 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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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8 06:00:00 수정 : 2024-01-18 11: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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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부채 ‘폭탄’ 재깍재깍

2023년 3분기 GDP 대비 100.2%
소비 위축돼 경제 악영향 우려

‘내집’ 노후·재테크 수단으로 인식
2023년 가계대출 증가폭 줄었지만
주담대 오히려 45조1000억 증가

신생아특례대출 등 서민주거대책도
‘빚 내서 집 사라’ 잘못된 신호 우려
“부동산 연착륙 통한 부채 해소 시급”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1년간 총 생산해 낸 가치인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돈다. 가계부채가 과도할 경우 민간소비 위축으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인 가계부채 누적으로 저성장이 만성화되면 정부나 기업의 투자위축 등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쓰이는 만큼, 전문가들은 부동산 연착륙과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00.2%로 주요 61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스위스(125.5%), 호주(110.0%), 캐나다(102.9%)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전 세계 가계부채 비율 평균(61.7%)은 물론이고 미국(73.2%)과 일본(64.7%) 등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가계부채의 적정 수준을 GDP 대비 85% 정도로 보는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를 한참 웃도는 것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은 주담대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가계부채가 고공행진하면서 우리 경제수장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계부채에 대해 “증가 속도를 관리하고 부채의 양과 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8월 “가계부채 연착륙이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가계부채가 무조건 해체해야 하는 ‘폭탄’은 아니다. 적절한 비중을 유지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유동성을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주택 구매 등에 가계 자산을 모두 투입해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다. 투자 등 가계의 자산 형성을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한은은 관련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 과정에서 가계부채의 증가는 금융시장의 발전, 가계의 금융접근성 향상 등과 같은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가계부채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과도한 채무부담으로 가계소비가 오히려 위축되고 실물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등 부정적 효과가 커진다. 자산의 가격 상승이 골고루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할 수 있다. 경제수장들이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1920년대 경제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가계대출이 급증하다가 자산가격 버블 붕괴 등 충격으로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경계를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이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주담대가 주도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1759조1000억원) 중 59.6%(1049조1000억원)가 주담대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년 대비 10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만 35조원 줄었을 뿐 주담대는 오히려 45조1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2022년(-8조8000억원)에도 주담대는 27조원 늘었다.

 

이는 ‘내 집’이 모든 이들의 꿈으로 자리 잡고,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노후 대비를 위한 방편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는 것은 당연한 재테크 방법으로 통한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사람), ‘하우스푸어’(주택을 소유했지만 현금 자산이 부족한 빈곤층) 등의 신조어는 모두 주택 구매에 목매는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문화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 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전체 가계대출의 60%가량이 주담대에 몰려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국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 집 마련’의 목적을 넘어 투자나 투기를 위해 끌어다 쓰는 부채 규모가 줄지 않고서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해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시그널을 주고, 빚을 진 사람들이 자산 정리를 통해 빚을 갚아야 한다”며 “정부가 부동산 주택 공급, 특히 서민 주택 위주로 정부 주도의 공급 사업을 확정 지어 ‘부동산 가격이 향후에 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빨리 매각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다만 부동산 연착륙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서민층 주택 마련을 구실로 다양한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빚 내 집 사라’는 신호로 읽혀 가계대출 축소라는 목표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최저 3%대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받지 않아 사실상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유효신청금액이 43조원을 기록해 목표액(39조6000억원)을 웃돌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수요층에 도움을 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으나,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일반형(주택가격 6억원 초과 9억원 미만 또는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은 도중에 폐지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실시하는 정책모기지인 ‘신생아특례대출’도 가계대출을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청일 기준으로 2년 내 출산한 가구가 대상이라 수요층은 제한적이나, 소득 조건(1억3000만원 이하)이 특례보금자리론보다도 완화된 데다 금리도 최저 1%대에 이용 가능해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신생아특례대출에 대해 좋은 제도라면서도 “소득 수준이 안 되는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은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어느 정도 DSR 규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로서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 진작) 유혹이 있을 수 있지만, 주거와 부동산 문제는 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로 이제 올라서려면 과거의 부동산을 통해서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병훈·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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