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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모하비 사막에서 S자 코스 100㎞로 질주…진화한 주행시험장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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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5 10:56:24 수정 : 2024-01-15 10: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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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모하비주행시험장 가보니
등산로와 다름없는 경사에 U자 코스도
SUV 인기 증가에 오프로드 시험 확대

하나의 완성차 모델이 세상에 나오려면 차량 개발부터 검증까지 긴 여정을 지나야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수년, 시험차가 달려야 하는 주행 길이는 최소 4만8000㎞에 달한다. 지난한 과정이지만 이를 통과해야 비로소 안전성이 담보된 온전한 차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 내놓는 모든 차량이 꼭 거쳐야만 하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을 국내 취재진에게 개방하고, 시승 및 동승 기회를 제공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버스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서쪽을 향해 두 시간, 주 경계를 넘어 캘리포니아주로 들어온 뒤 서쪽으로 한 시간가량 더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시티에 있는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 말발굽로 코스에서 11일(현지시간) 시험주행이 진행되고 있다. 말발굽로 코스는 U자형으로 급격하게 꺾이고 경사가 심해 구동력, 조종 안정성 등을 시험하기 적합하다. 현대차그룹 제공

작열하는 햇볕이 정오에 방문한 취재진을 반겼다. 흩날리는 모래바람, 널브러진 발목 높이의 잡목들, 드넓은 대지가 사막 한가운데임을 실감케 했다.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풍광에 더해 ‘오랜만에 사람들이 북적이니 낯설다’는 주행시험장 연구원의 말이 평소 이곳의 황량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곳에는 총 4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5789만달러(약 762억원)을 들여 2005년 완공한 모하비주행시험장은 1770만㎡(약 535만평)의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6배이며, 국내 최대 서킷인 전남 영암 F1경주장 면적(185만㎡)의 9.5배다. 애런 부룩스 미국기술연구소 총합시험팀 파트장은 “1년에 수백 대에 이르는 차들이 이곳에서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이곳을 북미의 허브 주행시험장으로 낙점한 데는 기후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북미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인 탓에 주행 악조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평균 온도 39℃, 7~8월에는 지표면 온도가 54℃까지 올라 배터리 열 관리가 중요한 전기차(EV) 특성을 테스트하기에 최적화됐다. 고온에서도 배터리 온도가 6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최근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수 출시를 늘리며 열 관리 테스트 강도를 한층 강화했다. 전기차가 시험을 통과하려면 기온 45℃ 이상인 날 고속주회로를 아무 이상 없이 4000바퀴 넘게 달려야 한다. 동시에 1년 내내 일사량이 많은 날씨를 이용한 햇빛 열화 시험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땡볕에 널어놔 장시간 도출시켜 열화 정도를 시험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시티에 있는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방문한 한국 기자단 차량이 오프로드를 11일(현지시간)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강한 바람도 악조건 중 하나다. 이날도 어김없이 초속 40m의 강풍이 불고 있었다. 접근로를 포함해 총 길이 3.1㎞의 4차선 직선로에서는 이 같은 환경에서도 차가 고속으로 직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걸어서 올라가기도 힘든 높은 경사에 흙길도 구현해 놨다. U자형으로 급격하게 꺾이는 동시에 구배(경사)가 20%에 달한다. 알프스도 15% 이하로 ‘20%’는 세계적으로 주행장에 마련된 경사로 중 가장 악의 조건이다. 등산로나 다름없다. 

 

총 길이 10.3㎞에 달하는 고속 주회로도 마련돼 있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4.3㎞) 주행로보다 두 배 이상 긴 구간으로 시속 200㎞로 달려도 한 바퀴를 도는 데 3분이 걸린다. 차량 1대당 약 4만8000㎞, 무려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외부 소음에 취약한 전기차의 바람 소리나 고속 주행 안정성을 시험하기에 적합하다. 이 외에도 승차감, 조종 안정성, 소음 등에 해당하는 상품성 시험과 내구시험, 염수 부식시험로를 활용 차량 내부식성 시험도 등이 총 12개의 시험로에서 이뤄진다.

 

이날 취재진은 오프로드 코스와 S자가 반복되는 와인딩 코스를 직접 시승 및 동승했다. 먼저 기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사륜구동 쏘렌토를 타고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했다. 잡목과 곳곳의 구덩이를 헤쳐나가야 하는 오프로드 길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조정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동승해보니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였다. 이성훈 해치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1만마일(1만6000㎞)을 타도 10만마일(16만㎞)을 달린 것처럼 서스펜션(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품)에 충격을 많이 준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시티에 있는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S자가 반복되는 와인딩코스 시험주행이 11일(현지시간)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이승엽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 상무는 “북미에서 승용차는 약 20%를 차지하고 있고 SUV가 60%, 픽업트럭이 20%를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80%의 차들이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험한 북미의 주행 환경을 견뎌낼 차량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테스트라는 의미다. 

 

와인딩 코스는 기아의 전기차 EV6 GT를 타고 진행했다. S자가 짧고 자주 반복되는 3.9km 길이 코스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100㎞로 질주하니 뒷자리에서 몸이 좌우로 훽훽 흔들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북악 스카이웨이 구간이 그나마 유명한 와인딩 코스인데 이곳처럼 빨리 달릴 수 있는 코스는 세계적으로도 몇 없다”고 했다.

 

고속으로 달리자 돌 튀는 소리, 외부의 강풍 소리 등이 더 잘 들렸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는 대신 외부 소음 유입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앞유리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쓰고, 차체 바닥에도 흡음재를 깐다. 강희진 현대차북미기술연구센터(HATCI) 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은 “내연기관 위주의 혹서 내구 테스트 중심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의 주행 및 내구 테스트 등이 확대됐다”며 “자동차 업계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시험 또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시티=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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